

권샘이 남긴 그림
내가 권숯돌 작가(이하 권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2017년 가울 무렵무터 권샘의 팬이
되어 있었다.
권샘은 화가였다.
일본 시가현의 작은 도시 오미하치만에서 살고 있었는데 올리는 그림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눈에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기껏해야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그린 게 전부이리라.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능숙하게 잘 그려서 좋은 게 아니라 서툴러서 좋았다.
수채 물감과 색연필로 정성을 다해 그리는 그림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게 권샘이 올리는 그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조금씩 낯을 익혔다.
아마추어인 권샘의 그림을 사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권샘 또한 자신의 그림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릴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권샘의 그림엔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 있었다.
나는 그림에서 묻어나는 그 쓸쓸함이 좋았고.
권샘은 글을 참 잘 썼다.
일본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가는 짧은 글도 좋고 장문의 글도 좋았다.
알고보니 대학에서 문학 동아리 활동을 했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앞서 2년여동안
kbs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글을 많이 썼었다.
일본에 건너가선 나고야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나아가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 학교에 다니며 영화를 공부하기도 했다.
나중 한국에 온 권샘에게 들으니 나고야 대학 노벨상 수상자가 여섯명이라 해서
깜짝 놀랐다.
노벨상이 실력을 판가름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어도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얼마나 노벨상에 목말라하던가!
권샘은 만화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일본인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만화와 접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편 뿐만 아니라 시아버지가 만화광이라 했다.
딸도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해 만화를 곧잘 그렸다.
그리고 권샘의 사촌동생이 만화과를 나와 중앙일간지 그래픽 기자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권샘은 어느 때부터 수묵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미하치만 시에 있는 한 문화센터에서 수묵화를 배우러 다녔다.
어느날 페이스북에 올린 수묵화를 실력이 장난 아니었다.
한마디로 일취월장이었다.
나는 권샘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님을 바로 깨닫고 재주가 참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여기 소개하는 그림은 권샘이 그린 그림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이유는 같은 장소를 계절을 달리하며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에 일본의 자연 환경과 가옥형태가 잘 드러나있다.
권샘이 그린 그림은 줄잡아 보건대 6~70 점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림의 행방을 전혀 모른다.
쓰레기 더미에 실려 사라졌는지 불태워졌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권샘의 그림은 내가 페이스북을 통해 다운 받은 것들로 이미지
크기가 아주 작다.
인쇄를 하려 해도 재현이 잘 안될 것 같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다행히 권샘이 남긴 시 64편은 온전히 갈무리해 두었다.
만약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찾아볼 생각을 전혀 하지않았을텐데 세상을 떠나자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파일을 찾아냈다.
평소엔 귀한 줄 몰랐다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귀함을 깨닫게 되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다.
2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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