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집에 갔더니 어머니 침대맡에 빨치산이란 책이 있었다.
"이거 엄니가 읽는 거예요?"
"응 재미나네"
전쟁통에 초등학교도 졸업못한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에게 난 때때로 놀라곤 하는데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으며 이렇게 물으셨다.
"이제 이 어머니가 혁명에 동참하는 거냐?"
또 한번 놀랐던 건 청량리 오스카극장에서
가족들과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보고 나오면서
덴젤 워싱턴이 잘생겼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재밌게
봤다는 말씀에 또 놀랐다.
형편이 조금만 더 받쳐주었으면 어머니는 문학소녀가 되고 예술을 즐기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어머니가 책을 다 읽은 걸 확인한 나는 책을 슬그머니 들고 나왔다.
그리고 있던 정가네소사 자료로 혹 건질게 있을까 싶어서였다.
강동정치학원 출신의 빨치산이 남긴 수기는 흥미로웠다.
시를 쓰는 사람이어서인지 문장도 훌륭했다.
개인의 삶을통해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캠핑을 하며 지낸 것이 지난 5월 말.
오늘 문득 지리산 피아골에 대한 묘사가 있을까 싶어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없었다.
지리산에 대한 묘사는 있지만 피아골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지리산과 백아산 백운산 조계산으로이어지는 빨치산 활동무대를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았다.
2019.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