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가면서 뭐 읽을 거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다
집어든 책이 "고전산문산책"
내 책이 나온 휴머니스트에서 발간한 책이다.
변기에 앉아 책을 펼쳐드니 펼침면이 유득공의 '발해고 서문'....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발해고" 를 읽었었는데....
번역한 이는 다르지만 둘 다 좋았다.
원글이 좋으니 번역글도 좋게 나올 수밖에.
발해고를 읽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만약 그때 빈약한 자료나마 모으고 모아 발해사를 쓰지 않았더라면 발해는 영영 중국역사로
귀속되었을테니 말이다.
비록 두께는얇다 할지라도 고대 우리 역사와 영토를 규명해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저작인 것이다.
발해고 서문에 이어 본 글은 역시 유득공이 쓴 '봄이 찾아온 서울을 구경하다'다.
원제목은 春城遊記인데 도성 한양이 아주 상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돼있다.
마치 꿈결같은 도성 한양의 모습...
더구나 임진왜란 때 불타없어진 경복궁은 조각조각 남아있는 기단석들과 소나무 숲이 어울려 더없이
아름다웠다.
문장 또한 너무나 아름다워서 문장 하나하나마다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걸 만화로 그리면 2~30페이지 분량의 단편 하나가 나올테지.
유득공.
조선후기 실학자로 발해고를 썼다는 것밖에 몰랐는데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아주 뛰어난 산문가였다니...
정조시절 백탑파라 불리던 실학자들이 더더욱 좋아지는 오늘이다.
2015.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