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조선시대 선비들이 북한산 계곡에서 놀고있는 모습을
끙끙대며 그리는 사이 그녀가 그림 한 점을 뚝딱 그려냈다.
연필스케치도 없이.
멀리 산이 보이고 계곡물이 흐르는 가운데 나무 아래엔
선비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화면 전체에 배어나오는 도도한 흥취.
무릇 선비들의 풍류란 이런 게 아닐까?
어쩌면 단원 김홍도가 환생, 그녀의 몸에 잠시 빙의돼 그린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창시절 미술시간 이후 그림이라곤 내 얼굴을
장난삼아 몇 번 그려본 게 전부인 그녀가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암만 생각해도 그녀는 천재 같다.
재능이 발현될 기회가 없었을 뿐...
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