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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정가네소사 표지 글씨

by 만선생~ 2026. 2. 9.

 
 
2012년 <정가네소사> 출간 전, 표지 글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동네 형이 말했다.
"우리 아버지더러 써달라고 하면 어떨까?"
"형네 아버지 돌아가셨잖아요."
"아니 우리 새아버지."
형네 아버지는 일본사람이었다.
일본에서 형네 어머니를 만나 한국에 와 살고 계셨다.
그렇게 살고 계신 곳을 찾아가니 작달만한 노인이 우리를 맞았다.
눈썹이 찐해 바로 일본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전직 광고인으로 진작 은퇴를 했는데 상품에 들어가는 글씨를 많이
쓰셨다고 한다.
요샛말로 캘리그래피다.
아버지는 서랍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꺼내 보여주셨다.
순수 회화라기보다 일러스트에 가까운데 수준이 상당했다.
며칠 뒤 형은 아버지가 쓰셨다며 글씨를 가져왔다.
한자가 익숙한지 정가네소사 가운데 네 자만 빼고 한자로 쓰셨다.
한글 전용 세대인지라 표지로 쓰기엔 맞지 않는 것 같아 형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만 전했다.
그 뒤 정가네소사 제호는 출판사 디자이너가 썼다.
출판사에 가보니 화선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어림잡아 50장은 쓴 것 같았다.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타이틀로 삼았다.
얼마 전 형을 만나 아버지 소식을 물으니 일본으로 돌아가셨다며 지금은 소식이
끊어졌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돌아가셨을 거란 말을 했다.
하긴 그 때도 많이 늙으셔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형네 일본인 아버지가 써준 글씨를 그대로 갖고 있다.
오늘 다시 꺼내 보니 상당히 잘쓴 글씨다.
과자 봉지나 술병에 들어가면 어울릴 것 같다.
생각하면 글씨가 단순하지 않다.
한일 교류의 흔적이다.
아 참. 형에게 아버지 이름을 물어보지를 않았네.
다음에 형을 만나면 잊지말고 물어봐야겠다.
 
20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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