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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농한기

by 만선생~ 2026. 2. 16.

 
 
농한기
6~70년대 겨울 농촌은 한가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천장만 보고 살 순 없는 노릇이라 연도 날리고 달집도 태운다.
사냥도 해본다.
하지만 그 것은 잠시다.
시간을 보낼 뭔가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시작하는게 화투다.
아무개집 방에서 몇몇이 모여 화투를 친다.
처음엔 재미로 하다 점점 판이 커진다.
가난한 농촌이지만 아직까지는 쌀을 수매하고 남은 돈이 있다.
일본 닌텐도 회사에서 개발해 한국으로 건너온 화투는 도박성이 강하다.
적당히 끝나는 법이 없다.
돈을 잃으면 기필코 따려한다.
경우에 따라선 땅문서까지 잡힌다.
동네 사람들끼리만 하면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이 때 끼어드는 게 타짜다.
외부 사람들이 나타나 판에 낀다.
아버지는 무면허 의사로 돈을 제법 벌어 마을에서 유일하게 일산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집도 짓고 밭도 200평 샀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이 때 악마가 아버지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의사양반 바쁘지 않으면 잠깐만 놀다 가셔."
판에 낀 아버지는 판판히 돈을 다 잃었다.
타짜를 당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어머니 몰래 밭문서까지 들고 나왔다.
집에선 이제나 저제나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환자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환자는 열이 펄펄 끓고 있다.
급기야 어머니는 어린 형을 들쳐업고 도박판을 찾는다.
"여보 환자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나오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모퉁이 길에서 발길을 돌려
도박판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날 아버지는 땅을 잃었다.
환자로부터 원망을 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도 땅이 생겼다며 좋아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너무나 절망스러워 통싯굴이란 저수지로 나갔다.
아이와 함께 이 깊디 깊은 물에 빠져 죽을 생각이었다.
이 때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가야 했다.
우리집만 타짜에게 당한 게 아니다.
이웃한 기영이 엄마도 한숨이 깊다.
새학기엔 아이들 옷도 한벌 사줘야는데 남편이 노름판에서 돈을 다 날려버린 것이다.
물론 타짜는 동네를 떠난지 오래다.
기영이 아빠에게 어떻게 살 거냐고 울며 불며 소리쳐보았지만 돌아온건 주먹질이었다.
"이놈의 여편네가 어디 하늘같은 남편한테..."
멍든 얼굴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서럽게 우는
기영이 엄마...
기영이 엄마 뿐 아니라 은실이 엄마도 순영이 엄마도
남편한테 손지검을 당해 울상이었다.
이 것이 6~70년대 우리 농촌의 풍경이었다.
겨울엔 딱히 할 일이 없어 쉬었다.
이같은 상태가 바로 농한기다.
지금의 농촌은 어떨까?
하우스재배 때문에 쉬질 못하는 것 같다.
주말도 없이 계속 일한다.
노름할 틈이 없다.
그렇다고 소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조차도 하지않으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이 뚝끊겨 적막하기만 한 농촌.
때론 옛날이 지금보다 살기 좋았다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202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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