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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식당 주인 남자

by 만선생~ 2024. 7. 12.

하나밖에 없는 차열쇠를 잃어버렸다.
터벅터벅 걸어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가 차열쇠를 주문했다.
하나론 안심이 안되어 두 개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그닥 다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비스센터에선 공임비가 빠지니 엄청 싼 게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우리 엄니 말씀이 생각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정말이지 한 순간 부주의로 30만원 가까운 돈이 나가니 속이 쓰리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려니 할 수밖에.
차열쇠가 올 때까지는 뚜벅이 신세다.
몇정거장 거리인 집까지는 걸어서 간다.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국수집이 눈에 띄였다.
국수를 워낙 좋아하는데다 마침 출출하기까지 하여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인남자가 피곤한지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나이는 60을 넘겼을 듯한데 좀 왜소해보였다.
내가 비빔 국수를 달라고 남자는 말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중간해서인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주인 남자의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국수가 오길 기다리녀 주인남자가 엎드려 있던 식탁 아래를 보았다.
발안마기와 아령이 있었다.
나도 하나 있었음 좋겠다 싶었던 그 안마기였다.
아령도 하나 있었음 싶은데 사지를 못하고 있다.
순간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식당이 손님들로 북적였으면 어땠을까?
안에선 함께 늙어가는 아내가 열심히 국수를 삶고
남자는 그릇을 나르기 바쁘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 손님에겐 웃는 얼굴로 다음에 또 오시라 인사를 한다.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내가 잠시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
주인남자는 피곤하여 잠시 식탁에 엎드려 있었던 거라고.
그때 마침 내가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던 것이라고.
내가 식당문을 나오고 바로뒤 아내가 돌아와
저녁 손님을 맞는 그런 그림을 머리속으로 그렸다.
 
20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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