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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믿기지 않는 말

by 만선생~ 2024. 7. 13.
 
 
믿기지 않는 말.
어릴 때부터 힘이 약하여 완력으로 남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오로지 상상으로 그쳤다..
두얼굴을 가진 사나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수퍼 히어로가 되어서 말이다.
힘이 약하여 남들보다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었고 멀리 차거나 던질 수도 없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근육이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남성적인 힘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어서 전설적인 쿵푸스타 이소룡과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어마어마한 근육을 동경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 몸을 가지고 싶었다.
어떤 충격이 가해져도 튕겨내버릴 것 같은.....
살아가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이 있다.
머리가 좋다는 말과 잘생겼다는 말이다.
더하여 건강해 보인다는 말도 그렇다.
건강은 섹슈얼과 바로 통하는 것이어서 건강해 보이지 않다는 건 섹시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2018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로 기록된다.
왜냐면 위에서 언급한 말을 난생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날은 산청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성현규 선생 댁에 놀러갔더랬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고 성현규 선생은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순간 서로의 몸이 부딪혔다.
180 센티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성현규 선생과 스스로를 약골로 생각하는 나!
그런데 성현규 선생이 뜻밖의 말을 하였다.
"몸이 단단하시네요"
만화가이자 숲해설가로 단독 저서가 무려 21권이나 되는 황경택은 나의 숲 선생님이자
가장 친한 동료작가다.
한마디로 지적 활동을 하는 저술가인 것이다.
하지만 황경택은 우리가 생각하는 파리한 지식인의 모습과는 완전 다르다.
100키로가 넘는 역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올리는 근육질의 남자다.
몸이 단단하기 이를데 없다.
2021년 12월 나는 전주에 사는 경택의 집에 놀러갔다
뜻밖의 말을 들었다.
"형, 몸이 단단한데요"
어찌어찌 서로의 몸이 부딪힌 결과로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용기형으로부터 또 한번 뜻밖의 말을 들었다.
나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용기형은 나주에 살고 있는데 내가 남도 여행을 할 때마다
신세를 진다.
용기형집에서 숙식을 하는 것이다.
어제도 난 남평 드들강부터 무안칠산타워,영광 천일염전과 법성포 까지 하루 종일
쏘다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었다.
이어 속옷차림으로 에어컨 앞에서 벌렁 누웠다.
아... 편타...
그 때 나를 내려보던 용기형이 말했다.
"허벅지 근육이 장난 아니네.
산에 자주 다니더니 역시... "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허벅지에 힘을 주어보았다.
차범근 선수의 허벅지 근육처럼 울퉁불퉁 해보였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언듯 보기에 그랬다.
스스로 약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뜻밖의 말들에 어리둥절하다.
이게 뭔말인가 싶다.
그런데 기분은 좋다.
이제부터 약골이란 스스로의 생각을 벗어던져야겠다.
왜냐면 난 단단하니까!
 
202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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