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다시면에 있는 한기형네 집.
광주와 나주에 내려갈 때마다 신세를 지곤한다.
식당이었던 곳을 한기형이 사서 수리 하였다.
아래층은 한기형 취미를 살려 목공소로 사용하고 위층은 살림집으로 쓴다.
마당이 엄청 넓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일곱 여덟 대는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마당 옆으론 텃밭이 있어 토마토와 상추 등을 심는다.
집 뒤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물이 맑다.
개울 너머는 신나무 숲이다.
집 왼쪽은 점집이다.
무당인지 스님인지 분간이 안된다.
개가 시도 때도없이 짖어 괴롭다 한다.
집 오른쪽은 골동품 경품장이다.
그래서 한기형 집에 갈 때마다 물건을 하나씩 사곤 한다.
골동품점 옆으론 전통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이 산다.
처음엔 너무나 마음이 잘맞아 친하게 지냈는데
밤 한시고 두시고 찾아와 멀리하게 되었단다.
한기형은 최근 집을 수리하면서 빚을 좀 졌다.
어떨 결에 정자를 들이고 그네도 만들었다.
그간 투잡을 하고 있었는데 빚이 감당이 안되어 쓰리잡을 뛰고 있단다.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 하니 사장이 일할 사람이 없다며 붙드는 바람에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탁구를 친다.
몸이 너무 피곤해 죽을 것 같다고도 탁구를 치다보면 정신없이 빠져든단다.
생활에 붙잡힌 고단한 삶.
한기형은 몸이 탄탄했다.
몸에 힘을 주니 이소룡 몸이 부럽지 않았다.
헬스로 만들어진 통근육이 아닌 실근육이었다.
몸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그런데 정작 한기형은 자기 몸이 그리 대단한지를 몰랐다.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스스로의 매력을 잘 모르는 것과 같다.
한기형이 말했다.
세상에 돈을 더 벌려고 쓰리잡을 뛰는 사람은 없다고.
빚을 갚아야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쓰리잡을 뛴다고.
몸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머지않아 쓰리잡을 그만두긴 할 거 같다.
바라건대 한기형이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
좋은 여자를 만나 재혼에 성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2023.7.1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기형 3 (수박) (1) | 2024.07.14 |
---|---|
한기형 2 (평행선) (1) | 2024.07.14 |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세대 (0) | 2024.07.13 |
믿기지 않는 말 (0) | 2024.07.13 |
베이비 복스 (0) | 2024.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