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오세영 선생님이 만화 토지를 그리고 계실 때 작업실에 놀러갔더니
낯선 사람 하나가 와 있었다.
배경 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 열렬한 박정희 추종자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만화계 사람 중에는 박정희를 추종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경제개발을 위해선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펴는 그 사람을 보며
절망감이 엄습했다.
젊은 사람이 왜 이러는 거야?
기성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 젊은이의 특권이란 걸 모르나?
독재자가 심어놓은 논리에 세뇌당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그를 설득할 자신도
없거니와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싫어 이내 입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 웃긴 건 이 사람이 오세영 선생의 작품을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세영 선생의 작품이란 작품은 모두 다 알고 있는 나로선 왜 이사람이 여기
왔을까 참 의아했다.
그에겐 같이 일을 하는 작가가 어떤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의 기능을 제공하며 일용한 양식을 벌 뿐이었다.
그렇게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녔다.
어쨌든 한 참 뒤 오세영 선생 댁에 다시 놀러갔더니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오세영 선생도 그 친구한테 질렸다는 듯 두 손을 저었다.
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아직도 열렬한 박정희 추종자로서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지지하겠지.
가망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그가 바뀌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정희 추종자로 살아가는 한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다.
밑바닥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기를 대변해 주는 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상위
몇페센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표를 주곤 하는...
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