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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서른 즈음에

by 만선생~ 2024. 11. 30.
나는 음치다.
학교 음악시간에 실기시험을 보면 기본점수밖에 받질 못했다.
노래를 못부르니 사람들 앞에 나가 노래 부르는 걸 꺼린다.
노래방 가자는 사람들이 싫다.
노래방에 가선 억지로 몇곡 부를 뿐 주로 듣기만 한다.
2005년이었나?
동료작가들과 용인 남사에 살고계신 오세영 선생댁을 찾았다.
마침 출판사 사람이 와있어 분위기가 왁자해졌다.
밖에 나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니 모두들 마음이 들떴는지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순번이 돌고 선곡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불렀다.
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제목에 꽂혀 선곡 했더랬다.
자꾸만 멀어져간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노래가 끝나자 오세영 선생님은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야 너... 왜 나를 울리고 그래~~~"
나의 노래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전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었다.
나는 알고있다.
내 노랫소리 때문에 우신게 아니라는 걸.
반주가 나가고 화면에 노랫말이 뜨니 어떤 감정이 북받치셨던 거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 마음 한구석 상실감이 자리한다.
돌아오지 못할 젊음에 대한 회한이다.
김광석 노래는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날 이후로 서른즈음에를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
서른즈음엘 특별히 추억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노래가 청승맞다.
내 기분을 다운시키고 싶지않다.
그래도 노래는 들려온다.
어쩌다 튼 방송에서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온다.
그러면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오세영 선생님이 눈물을 훔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으로 만화가 예술임을 인정하게 만든 이.
내가 가장많은 영향을 받은 이.
오늘도 선생이 그립다.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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