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모란 이름의 만화가를 기억한다.
1988년 보물섬 신인공모전에 "소"라는 작품으로 당선된 만화가.
그는 무슨 이유인지 당선 얼마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만화계 한 귀퉁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요절한 천재만화가'란 수식어와 함께.
그 때는 몰랐다.
한국 만화사에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걸.
기존 그림스타일에 중독된 나는 첨가물이 전혀 섞이지 않은
그의 그림이 낯설었고 낯설음을 견디지 못한 난 이내 책장을
덮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그의 독자가 아니다.
그이 작품을 다 읽었을 때만이 독자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조각조각 흩어져있는 그의 작품 "소"의
이미지들을 보았다.
전체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표현이 장난이 아니다.
천재만화가란 수식이 과장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의 진가를 알아보다니...
그 시절의 나는 정말 청맹과니였나보다.
그가 살아 계속 작품을 발표했더라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만화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허물어졌을 것이다.
만화가 하위장르의 매채가 아닌 여느 예술장르와 동등하게
취급되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작가가 오랫동안 길들여진 대중의 관념을 완전히
허물 순 없어도 만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크나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가치있는 작품을 알아보지 못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와중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의 이름을 만났다.
"소"의 원고를 전두환 아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의 의의를 전혀 알질 못할 인물이 비자금을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전두환 아들이 입수했는지는 몰라도 압류된 소의 원고는
유족의 손에 돌아가거나 만화박물관으로 가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그 것이 최소한의 정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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