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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나는 친일파일까?

by 만선생~ 2025. 2. 16.

 
 
 
 
나는 친일파일까?
친일파란 소릴 들을까봐 겁난다.
그런데 만화를 그리다보니 일본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지구상에서 만화의 꽃을 가장 활짝 피운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그 옆에 있으면서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만화의 시작은 일본 만화의 카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만화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는 정말이지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만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정적이다.
일단 문화부터 완전 다르니 접근이 쉽지 않다.
그리고 일본 만화처럼 꽃이 활짝 핀 것도 아니다.
솔직히 미국 만화는 마블과 DC로 대표되는 히어로물
말고는 작가주의 만화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쥐를 그린 아트쉬피겔만이나 로버트크럼 같은 일부 작가의 작품만이
번역 출간돼 나왔을 뿐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만화는 미국만화와는 또 다르다.
고급화를 지향하여 그래픽피노블이라 불린다.
하지만 문화가 달라서인지 한국에서 그래픽 노블을 향유하는 인구는 많지 않다.
나 역시 유럽만화를 본 건 몇 권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스페인,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보았는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지 않는다.
연출이 우리와는 완전 다르다.
그런 와중에 새만화책이란 출판사를 중심으로 유럽 만화 영향을 받은
작가군이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모두 개인이 모든 작업을 다 소화하고 있다.
나역시 모든 작업을 나 혼자 다 소화한다.
그렇다고 유럽만화와 맞닿아있는 건 아니다.
일본에서도 혼자 모든 과정을 다 소화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연재 시스템 속에 들어가 있는 작가만이 팀작업을 할 뿐이다.
굳이 찾자면 내 만화의 뿌리는 일본이다.
일본 만화에 젖줄을 대고 있다.
처음 만화를 배울 당시 선배들 그림을 많이 따라 그렸는데 그 양식이
일본 만화였다.
자연스레 일본 만화 양식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일본 만화 스타일을 벗어나 나만의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조선시대 선인들이 그린 그림을 열심히 보게 되었다.
나의 뿌리를 일본 만화가 아닌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에서 찾고 싶었다.
그나마 일본 만화 스타일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한국 작가들 그림을 보면 너무나 개성이 없다.
모두 일본 만화 스타일을 따라하고 있다.
일본 만화인지 한국 만화인지 구분이 안간다.
국적을 떠나 자신만의 개성이 없다.
변별력이 없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다는 것!
그 것은 모든 작가에게 주어진 숙제같다.
그 숙제를 게을리 하면 아류로 작가 생활이 끝나고 만다.
나는 중국 역사를 좋아한다.
사마천이 쓴 <<사기>>를 읽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단언코 말하건대 인류 최고의 저작은 <<사기>>라 생각한다.
그 밖에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 요재지이 같은 연의들을 읽느라 얼마나 많은
밤을 샜는지 모른다.
진순신이 쓴 스무권짜리 중국역사 5천년사를
두달여만에 다 읽은 적도 있다.
정사 삼국지, 천자문, 논어, 손자병법, 도덕경, 장자, 고문진보, 몽골비사, 같은
고전들도 한번 쯤은 거들 떠 보았다.
누가 뭐라해도 동아시아의 중심은 중국이다.
지난 2천년 한중일 세나라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를 공용 문자로 사용했다.
중국에서 쓰여진 책들은 교양의 척도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에선 만화가 발전하지 않았다.
연환화란 그림이 있는 책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대만이나 홍콩에서 만화가 나름 창작, 유통되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만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만화에서만큼은 친중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 출간된 만화를 단 한 편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없지는 않겠으나 그 수준은 파악이 안된다.
만화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일본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만화에 관한한 일본은 세계 최고의 나라다.
어마어마한 깊이와 넓이를 지녔다.
만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만화가 일본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꽃피길 바란다.
그래서 일본 만화가 아닌 다른 나라 만화들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한시도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거둔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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