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즈카 오사무 <<붓다>>
1월 25일 쯤 시작된 기침 감기가 드디어 멎었다.
한해 걸러 한번씩은 감기로 고생을 하는데 이렇게 오래가기는 처음.
감기에 걸리면 삶의 질이 많이 확 떨어진다.
의욕이 없어진다.
그 와중에 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붓다>>를 다 읽었다.
일본에선 열 네권이었다는데 한국에선 열 권으로 발행되었다.
이렇게 호흡이 긴 만화는 실로 오랫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다.
지루함을 견디며 책장을 넘겼던 순간이 많았다.
일단 그림 스타일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깔금하게 떨어지는 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표현 방식도 그렇다.
이따금씩 작가가 등장하는 코믹 연출은 재미를 주기보다는 되려 몰입을 방해했다.
시간차도 크다.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까지 연재를 했으니 옛날
만화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대가라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세련된 느낌을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가는 대가였다.
붓다를 비롯한 실존인물 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가가 창조한 가상 인물이었고
이들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였다.
한사람 한사람 운명처럼 드리워진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붓다와 인연을 맺으며 울고 웃는다.
때론 모함에 걸려 죽고 때론 복수를 위해 싸우다 죽음에 이른다.
붓다 역시 완벽한 인간은 아니었다.
제자의 배신에 분노하고 설사병을 앓아 몸져눕기 일쑤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죽음에 초연하지도 않다.
운명의 굴레로부터 고통받는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수많은 제자들이 따르니 불교의 시작이다.
나는 싯타르타, 아난다, 데바닷타, 목갈리나, 빔비사리 등 산스크리트어로 된 이름들이 참 좋았다.
만화를 보며 붓다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과 가르침을 설파한 기원정사와 죽림정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나라 승려 현장과 신라승려 혜초의 천축을 향한 기나긴 여정도 생각났다.
이들은 붓다의 말을 따르는 제자다.
당연 붓다가 설파하던 장소를 가보고 싶었을 테다.
이들 말고도 수많은 승려들이 천축으로 향했다.
무사히 돌아온 이도 있었겠지만 가고오는 도중 죽은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을 무릎써야만 하는 순례길이다.
의사 출신인 데즈카 오사무는 뛰어난 그림장이다.
더불어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영어로는 스토리텔러다.
그리고 뚝심이 있다.
중간에 흐지부지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 마침내 완결을 짓는다.
물론 문하생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전후 일본만화를 부흥시킨 주역, 데즈카 오사무!
작품을 읽으며 궁금했다.
인도로 취재를 갔던 것일까?
작가 후기를 읽으니 취재를 갔다는 이야기가 없다.
아마도 가지 않은 듯 하다.
책을 1차 자료로 삼고 작업을 진행했던 듯 하다.
불교 신자도 아니라고 한다.
신앙도 없으면서 인도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이렇게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세상엔 시대를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천재들이 이따금 나오는데 데즈카오사무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같다.
아주 재밌지는 않으나 한번 쯤 읽어볼만한 만화 <<붓다>>!
나의 감상은 여기까지다.
다음 일본 여행을 가면 지난 일본 여행 때 가보지 못한 데즈카 오사무 박물관을 꼭 가봐야겠다.
데즈카 오사무 박물관은 효고현 다카라츠카시에 있다.
20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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