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사니 편한 것도 있다.
돈꿔달라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만약 내게 돈이 좀 있다면 어떨까?
돈 좀 꿔달란 사람이 많을 거 같다.
그럼 나는 외면하지 못하고 돈을 꿔주는데 그들은 돈을 갚지 않는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돈을 받지 못해 속을 끓일테고 급기야 미워하는
마음까지 갖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고향에 내려가 후배님을 만났는데 열심히 일을 하여
돈을 제법 벌고 있었다.
그리하여 밥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모텔까지 잡아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남들은 불경기라 다들 어렵단다.
하지만 후배님은 경기를 타지 않고 오다를 계속 받고 있다.
그리하여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더라도 자신이 나가서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이다.
아직은 자신의 몸을 갈아넣으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후배님은 약간 좋은 차를 타는 것 외는 수수하다.
돈있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
그게 편하단다.
누가 돈꿔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고.
만약 돈이 좀 있다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고 달려들거다.
돈 꿔달라는 소리부터 어디 투자를 하라 마라 난리를 칠거다.
이런 후배님께 내개 주제넘는 소리를 하였다.
그래도 돈있다는 냄새를 좀 풍겨야 여자가 달라든다.
중매장이들이 좋은 여자를 물색해 소개해 준다.
예쁜 여자랑 결혼하고싶지 않냐?
후배님은 아직 아니란다.
무엇보다 일을 하느라 신경쓸 겨를이 없단다.
내 코가 석자지만 그래도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후배님에게 곧 좋은 여자가 나타나기를 말이다.
좋은 여자 만나 알콩 달콩 잘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자산관리를 잘해 부를 키워갔으면 좋겠다.
인연을 맺게된 고향 후배님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게도 잇속이 있다.
후배님이 잘돼야 더 기분 좋게 고향에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밥을 얻어먹어도 마음이 편하다.
지금은 있는 티를 내지 않아도...
... 더 써야는데 에너지가 딸려서 여기까지만...
2023.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