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은 종종 비교화법을 구사한다.
대부분 장단을 맞추어 주지만 간혹 심사가 뒤틀려 입을 닫는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좌와우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았던 여운형의 균형잡힌 행보를 말하면서
김구를 깎아 내린다.
여운형이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구를 깎아내려야하나?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로치 감독의
작품을 칭찬하는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칭찬 말미에 봉준호보다 몇수 위라고 말한다.
켄로치 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봉감독이
몇 수 아래는 아닌 듯 했다.
봉감독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켄로치가 받지못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았다.
로버트 달의 소설은 유머가 있다고 한다.
은근하면서 능청스럽다.
성석제의 작품세계도 그렇다.
지인은 성석제가 로버트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마치 아류인 것처럼 말로 마무리한다.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 있으면 그 인물만 말하면 되었다.
공명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면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꼭 누군가를 끌어온다.
비교당해 기분좋을 사람 아무도 없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누군가를 칭찬하려고 누군가를 끌어오곤 했었다.
비교분석이란 명목으로 말이다.
2023.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