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치다.
학교 음악시간에 실기시험을 보면 기본점수밖에 받질 못했다.
노래를 못부르니 사람들 앞에 나가 노래 부르는 걸 꺼린다.
노래방 가자는 사람들이 싫다.
노래방에 가선 억지로 몇곡 부를 뿐 주로 듣기만한다.
2005년이었나?
동료작가들과 용인 남사에 살고계신 오세영선생 댁을 찾았다.
마침 출판사 사람이 와있어 분위기가 왁자해졌다.
밖에 나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니 모두들 마음이 들떴는지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순번이 돌고 선곡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불렀다.
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제목에 꽂혀선곡을 했다.
자꾸만 멀어져간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노래가 끝나자 오세영 선생님은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야 너... 왜 나를 울리고 그래~~~"
믿기지 않았다.
내가 부른 노래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니.
이전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었다.
나는 알고있다.
내 노랫소리 때문에 우신게 아니라는 걸.
반주가 나가고 화면에 노랫말이 뜨니 어떤 감정이 북받치셨던 거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 마음 한구석 상실감이 자리 한다.
돌아오지 못할 젊음에 대한 회한이다.
김광석 노래는 정확히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후 난 서른즈음에를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
서른즈음 특별히 추억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노래가 청승맞아 싫다.
기분을 다운시키고 싶지 않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노래라 어쩔 수없이 듣게 된다.
오늘 어쩌다 튼 유튜브 방송에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다.
니도 모르게 오세영 선생님이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으로 만화가 예술임을
인정하게 만든 이.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만화가.
생각하니 돌아가신지 8년이 다 돼간다.
젊은 날 생을 다한 예술가들이 어디 한둘일까마는
내가 가장 아깝게 생각하는 예술가는 오세영 선생이다.
최고의 기량을 펼쳐보이려는 순간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불의의 사고가 아니다.
자기 관리가 안돼 생을 다한 것이다.
2023.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