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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라시

by 만선생~ 2023. 11. 27.
 
 
 
'고이비토요'로 유명한 일본 여가수 이츠와 마유미.
그녀가 부른 노래 중 고이비토요만큼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제라시ジェラシー'란 노래다.
제라시는 질투를 뜻하는 영어 쥘루시jealousy의 일본식 표현이다.
음도 좋지만 가사도 좋다.
변심한 남자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가사의 앞부분은 이렇다.
'당신 와이셔츠의 뜯어진 옷깃을 꿰메다 보니 
낮선 곱슬머리 한 가닥이 붙어있었어요
그래요 당신을 사랑 하고 있어요
그런 나에게 항상 떠나지 않는 질투라니 견딜 수 없어요'
사귀었던 사람이 옷과 신발을 사 준적 있다.
둘 다 내 몸에 너무나 잘 맞아 항상 가까이 하다보니
신발은 밑창이 닳고 옷은 소매가 닳았다.
땅바닥과 손 끝에 와닿는 어느 물체 사이.
수없이 많은 마찰을 일으킨 결과였다.
그렇게 소매끝을 바라보다보니 제라시란 노래가 생각이 났다.
이어 유튜브로 그 노래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노래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소-요 아나타 아이시테루와~~
그래요 당신을 사랑 하고 있어요~~'
언젠가 방청소를 하다 머리핀을 발견하였다.
그녀가 우리집에서 하룻밤 머물고 간 뒤 남기고 간 것이었다.
머리에 여러 개의 핀을 꽂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빠드린 모양이다.
머리핀을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마음의 여운이 일었다.
추석 날 밑창이 닳은 신발을 신고 어머니 집에 갔었다.
어머니께서 신발을 보더니 낡아 보기 싫다며 새거로 사신으라 하셨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헤어졌지만 나를 생각하며 사준 물건인데 그 걸 버리라니...
그녀는 헤어지며 내게 줬던 물건들을 빼앗아갔다.
나는 그녀에게 영화 '하녀'의 카피를 생각해 내며 말했다.
"줬다가 뺏는 건 나쁜 거잖아."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전혀쓸모가 없는 옷과 신발은 그대로 두었다.
오늘 서울에 나갈 일이 있는데 그녀가 준 신발을 신발을 신고 나갈까한다.
아직까지는 내 발에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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