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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성대 모사

by 만선생~ 2023. 11. 30.
 
유머는 삶의 윤활유다.
유머없는 삶은 엔진오일 없이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고갯길을 오르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이겨내고 밝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유머 가운데 사람을 가장 즐겁게 하는 건 성대모사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유명 정치인 유명 연예인 또는 내가 아는 누구.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만으로 절로 웃음이 나온다.
팟캐스방송의 진행자가 유명정치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낼 때
후배작가가 선배만화가들의 목소리를 흉내낼 때 배를 잡고 웃었다.
성대모사의 기본은 흉내내고자 하는 사람의 억양을 얼마나 잘 따라하는가이다.
다음은 풍자다.
얼마나 잘 비트냐에 따라 웃음의 강도가 달라진다.
먼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초대 대통령 이승만.
목소리가 너무나 독특해 누구라도 금세 흉내낼 수 있다.
구테타로 집권해 18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박정희 대통령 군인출신답게 발음이 분절돼 있다.
 
"김재규 너 이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탕 탕 탕
역시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
 
"오늘은~"
 
풍자 대상으로는 단연 독보적이다.
수천원억원씩이나 해먹은 사람의 재산이 29만원이라니.
사람들은 어이없어 웃고 역사의 법정에 세울 수 없음에 또 웃었다.
물론 허탈한 웃음이었다.
친구 따라 권좌를 차지한 노태우 대통령.
경상도 억양의 가느다란 톤이다.
" 이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하지만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던 그 사람은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재벌에게 갈취한 수천억원의 돈을 벽장 속에 숨기고 있었다.
삼당합당으로 지역주의 고착화시키고 외환위기로 나라를 말아먹은 김영삼 대통령.
그는 88년 대통령 선거에서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다음과 같이 외쳤다.
"군정을 학실히 종식시키겠습니다~ "
어쨌든 그는 하나회를 숙청해 군인들이 정치일선에 나서지 못하게 한 업적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
대한민국의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이다.
평생 빨갱이로 매도당했지만 그는 평화주의자였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머감각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 역시 유머로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으로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신 어딜 가나 아주 탁한 목소리로 꼰대들이 하는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역시 같은 당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신 박근혜 대통령 .
목소리가 무미건조하다.
항상 날이 서있고 목소리에는 "감히 이 것들이 나한테..." 라는 감정이 짙게 깔려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르듯 세상엔 같은 목소리가 하나도 없다.
톤이 다르고 말도 다 제각각이다.
어떤이는 대화도중 "문제가 뭐냐면"이란 말이 빠지지 않고
어떤이는 "애매한게 뭐냐면" 또 어떤이는 "이를테면"이란 말의 빈도수가 높다.
한 때 나는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자주 썼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지불식간 입에 붙어 버렸다.
모르긴 해도 당신 또한 자주 쓰는 낱말이나 형용사가 있을 테다.
초등학교 6학년.
같은 아이 하나가 내 걸음걸이를 흉내내 뒤뚱이 뒤뚱이 하고 놀려 대곤 했다.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달려가 놈의 주둥이를 오버로크 해주고 싶었지만 현실 속에선
어찌할 할 방법이 없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고나서야 놈의 놀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학교에선 놀리는 친구가 없었다.
대신 선생님 목소리를 흉내냈다.
1학년 때 담임선생은 두손을 모아쥐고 고개를 쑥 빼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야라~ 정용연 뭐하느냐~~~?"
선생님 목소리를 흉내내도 우리들끼리 흉내를 내지는 않았다.
변성기 이전이라 목소리의 특징이 자리잡지 못했서였던 것 같다.
이후로도 내 목소리를 흉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명하지 않아서 즉 다중의 사람에게 목소리가 노출될 기회가 없어서.
아니면 목소리에 특징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누군가 내 목소리를 흉내낸다면 어떤 느낌일까?
적어도 내 목소리의 특징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20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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