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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호號

by 만선생~ 2023. 11. 22.
옛날엔 이름 대신 호號를 불렀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직접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만해 한용운,몽양 여운형,
죽산 조봉암,월탄 박종화,원교 이광사,창암 이삼만...
우리는 역사 인물들을 호와 함께 기억한다.
호는 직접 짓기도 하고 지인이 지어주기도 한다.
백범처럼 특별한 의미를 담아 짓기도 하고 살고 있는 지명을 호로 쓰기도 한다.
둥그재에서 살았던 이광사는 한역해 원교, 노산 아래 살았던 이은상은 노산이 되었다.
또한 호는 하나만 쓰는게 아니어서 추사 김정희의 경우엔 작품에 남긴 호만해도
수십개에 이른다.
 
이처럼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던 호는 언제부터인지 쓰이지 않게 되었다.
김대중, 김영삼 같은 명망있는 정치인들은 그들의 호인 후광이나 거산 대신 DJ와 YS같은
영문 이니셜로 불렀던 것이다. .
그리고 인터넷이 보급 되어선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안에서 닉네임을 부르기 시작했다.
스나이퍼, 체게바라, 천사, 퍽타니 처럼 자신들이 부르고싶은 대로 지었다.
나같은 경우엔 지인이 만화가 선생을 줄여 만선생이라 불렀으므로 만선생이라 하였다.
그래서 언젠가 혹 여행기를 책으로 내게 된다면 "만선생의 중국기행" 같은 제목을
붙일 생각이었다.
사람의 운명은 불예측성이다.
오늘 무슨일이 생길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며칠전만해도 내게 호가 생길지는 꿈에도 몰랐다.
어제 새로 생긴 나의 호는 만보다.
귀한 인연으로 알게된 어느 분께서 손수 호를 지어주신 것이다.
동료작가 오자유가 만들어준 한글 낙관이 있지만 이참에 인사동에 가 새로운 낙관
하날 새길 계획이다.
이제부터 나는 만보 정용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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