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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말을 잘한다는 것

by 만선생~ 2023. 11. 18.
사람들 앞에 나서 말하는 게 두려웠다.
모임이나 행사 때 내가 말할 차례가 다가오면 심장이 뛰었다.
심장만 뛰는게 아니라 목이 타들어갔다.
내 차례가 오는 걸 피할 수없어 말을 꺼내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올리 없다.
문맥이 맞지않는 몇마디 말을 제 혼자 중얼 거리며 끝을 맺고만다.
부끄러움에 자리를 박차고 싶지만 이상행동으로 비칠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자갈에 참기름을 발랐나?
저 놈은 왜이렇게 말을 잘하는거야?
좌중에 있는 이가 말을 잘할수록 자괴감은 깊어만 갔다.
 
사람은 여느 동물과 달리 말로 소통한다.
말잘하는 이가 세상을 이끌어간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고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중 앞에서 자기견해를 밝히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는 지도자다.
정치인 가운데 말못하는 이 있던가?
매스미디어는 말의 중요성을 극대화시켰다.
말을 잘하면 스타가 된다.
스타강사 스타연예인 스타 정치인이 만들어진다.
몇몇 사람들 앞에 나가 말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나로선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일단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이 있어야한다.
반복학습이 중요하듯 사람들 앞에 나가 말을 자주하면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게
하는 방법을 알게된다.
 
경험과 지식의 축적도 중요하다.
콘텐츠가 풍부할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능인 것같다.
말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 똑같은 말을 하여도 누가하면 하품이 나오고 누가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지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기술의 문제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가들은 글 이전에 말을 잘했던 사람이다.
상대 눈높이에 맞춰 정확한 언어로 이야기한 붓다가 대표적이다.
 
나는 지금도 말을 못한다.
특히 다중 앞에 서면 몸이 언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몸이 어는 게 덜해졌다.
마이크가 내앞에 와도 크게 당황스럽지가 않다.
많진 않아도 방송인터뷰 등등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가슴떨림이 덜해진 것 같다.
여전히 어눌하지만 몇마디 말은 이어갈 수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예전의 나를 극복하고 넘어서는 일.
말도 그 가운데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썼던 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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