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소득이 늘어 보험료를 더 내란 안내장이 날아들었습니다.
월 52,290원을 더 내라네요.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전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니까요.
2천년 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료 만화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태평양 바다만큼 깊었었지요.
국가가 세수 확대를 위해 국민을 쥐어짠다는 것입니다.
연금이 고갈돼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할 거라 했어요.
가뜩이나 수입이 없는데 달마다 얼마이상을 내라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지요.
전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연금관리공단 측 말대로 괴담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연금을 낼 처지가 아니었지만요.
언제가 형에게 물었습니다.
연금을 꼭 내야하냐고요.
형은 반드시 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 것만큼 노후를 확실히 보장해주는 건 없다면서
어려울수록 더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혼란스러웠지만 형 말을 믿기로 했지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약속한 금액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낸 만큼은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는 게 힘들어 오랜 기간 연금을 내지 못했더랍니다.
당장 써야할 돈이 급하니 연금납부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이러다 늙어 남들 연금 받아 생활할 때 한 푼도 못 받으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연금을 200개월 내면 연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200개월 이상을 내 연금 지급대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연금을 내지 않아도 65세부터 연금이 지급됩니다.
물론 금액이 아주 적겠지요.
그나마 최소 얼마 이상 받으려면 60세까지 연금을 납입해야합니다.
연금을 더 많이 받고 싶으면 60세부터 65세까지 내는 거고요.
만약 60세가 되어 생활이 궁핍하면 더 이상 연금을 내지 않을 거구요.
형편이 괜찮다면 65세까지 낼 계획입니다.
63세인 저희 큰 형도 연금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탓에 65세 이후 얼마를 더 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연금액을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이따금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묻습니다.
국민연금은 내고 있냐고.
내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생각 같아선 대신 다 내주고 싶은데 솔직히 내 코가 석자입니다.
양식이 떨어질 정도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내는 게 좋다고 말을 할 뿐이지요.
삶이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 같은 창작인들은 더 험이 듭니다.
상위 몇 프로 안에 들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생활수준을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야합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들을
하기도 하지요.
월 52,290원이 추가된 국민연금.
국가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노후를 위해 계속 내고 있습니다.
물론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요.
만약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면 끔찍합니다.
저소득층에게 주는 노령연금 하나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최상의 시나리오는 저작물들에게서 나오는 인세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몇몇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지요.
어쨌든 삶은 계속 이어지고 우리는 노후를 위해 연금을 내야합니다.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국민 연금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