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국민 연금

by 만선생~ 2023. 11. 17.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소득이 늘어 보험료를 더 내란 안내장이 날아들었습니다.
월 52,290원을 더 내라네요.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전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니까요.
2천년 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료 만화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태평양 바다만큼 깊었었지요.
국가가 세수 확대를 위해 국민을 쥐어짠다는 것입니다.
연금이 고갈돼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할 거라 했어요.
가뜩이나 수입이 없는데 달마다 얼마이상을 내라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지요.
전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연금관리공단 측 말대로 괴담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연금을 낼 처지가 아니었지만요.
언제가 형에게 물었습니다.
연금을 꼭 내야하냐고요.
형은 반드시 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 것만큼 노후를 확실히 보장해주는 건 없다면서
어려울수록 더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혼란스러웠지만 형 말을 믿기로 했지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약속한 금액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낸 만큼은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는 게 힘들어 오랜 기간 연금을 내지 못했더랍니다.
당장 써야할 돈이 급하니 연금납부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이러다 늙어 남들 연금 받아 생활할 때 한 푼도 못 받으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연금을 200개월 내면 연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200개월 이상을 내 연금 지급대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연금을 내지 않아도 65세부터 연금이 지급됩니다.
물론 금액이 아주 적겠지요.
그나마 최소 얼마 이상 받으려면 60세까지 연금을 납입해야합니다.
연금을 더 많이 받고 싶으면 60세부터 65세까지 내는 거고요.
만약 60세가 되어 생활이 궁핍하면 더 이상 연금을 내지 않을 거구요.
형편이 괜찮다면 65세까지 낼 계획입니다.
63세인 저희 큰 형도 연금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탓에 65세 이후 얼마를 더 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연금액을 최대한 높여야 합니다.
이따금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묻습니다.
국민연금은 내고 있냐고.
내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생각 같아선 대신 다 내주고 싶은데 솔직히 내 코가 석자입니다.
양식이 떨어질 정도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내는 게 좋다고 말을 할 뿐이지요.
삶이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 같은 창작인들은 더 험이 듭니다.
상위 몇 프로 안에 들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생활수준을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야합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들을
하기도 하지요.
월 52,290원이 추가된 국민연금.
국가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노후를 위해 계속 내고 있습니다.
물론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요.
만약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면 끔찍합니다.
저소득층에게 주는 노령연금 하나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최상의 시나리오는 저작물들에게서 나오는 인세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몇몇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지요.
어쨌든 삶은 계속 이어지고 우리는 노후를 위해 연금을 내야합니다.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국민 연금 2021.11.16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을 잘한다는 것  (1) 2023.11.18
돈이 무지 무지 많다면  (1) 2023.11.18
드라마 중독  (1) 2023.11.16
김영삼보다 못한 윤석열  (0) 2023.11.12
조선시대 노비  (0)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