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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무협지 단상

by 만선생~ 2025. 5. 7.

무협지가 만들어진 것은 중국이다.
당연히 무대가 되는 곳도 중국이다.
광활한 중국대륙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고등학교 시절 만화방에 가면 만화책 한켠에 무협지들이 꽂혀 있었다.
세로쓰기였고 한 페이지에 글자 수가 얼마 안됐다.
어떤 내용인가싶어 몇페이지 훑어봤더니 허무맹랑하기 이를데 없였다.
나는 이해가 안갔다.
중국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중국을 무대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
중국과 수교 전이어서 무협지 작가 중 중국을 가본 사람은 전무할 터였다.
무협지 작가 가운데 한국전쟁 이전 중국에 다녀온 이 가 있을 수는 있어도
확률적으로 희박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내가 발딛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야지
왜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할까?
고등학교 3학년 때다.
고려원이란 출판사에서 김용이 쓴 영웅문을 출간하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였다.
당연히 볼 생각을 안했다.
 
군목부 중이었다.
고참과 함께 경계 근무를 서는데 난데없이 영웅문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소설을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영웅문 이야기를 하는 고참의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나아가 총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철모도 벗어던졌다.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런 고참을 보며 속으로 무협지가 그렇게 재밌는
것인가 싶었다.
군제대 후 누군가 야설록 무협지가 재밌다고 해 읽어봤는데 열몇 페이지 읽고 책장을 덮어버렸다.
김용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열 몇페이지 읽다 책장을 덮었다.
서술 방법이 그 때까지 읽어왔던 소설의 서술방법과 너무나 달랐다.
내면 중심이 아닌 동작 중심이었다.
이후 한번도 무협지를 읽어본 적이 없다.
환타지 소설도 마찬가지.
내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면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이런 취향이 굳어져서 나의 작품도 현실에 발딛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가공의 인물이라도 현실에 있을법한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이야기를 해도 무예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삼이사를 그릴 뿐이다.
"목호의 난"에서도 개인의 무술실력을 드러내는 장면은 단 한 컷도 없다.
"진주성"에서도 마찬가지.
집단과 집단이 맞붙을 뿐이다.
그렇다고 무협지적 요소를 완전히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수호지도 재밌게 봤고 장길산도 재밌게 읽었다.
수호지 주인공린 표자두 임충과 푸른얼굴 양지의 무예실력은 감탄할만하다.
관군출신의 호연작은 이름이 너무 멋있고.장길산에서 마감동과 최형기가
합을 겨루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이들은 뛰어난 무술실력을 지녔을 뿐 현실을 뛰어넘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이야기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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