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 끈 묶기 귀찮아 장화를 신고 산에 오른다.
슈퍼에 갈 때도 장화를 신는다.
제주도에서 사냥꾼 최씨를 하룻동안 따라다닌 적 있는데
덤불숲을 헤치고 다니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포인터(영국산 사냥개)를 앞세우고 숲속을 누비던 최씨는 그 날 따라 사냥이 시원찮았다.
덤불에 돌멩이를 던져보지만 뛰쳐나오는 꿩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최씨는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탕~
그리고 마침내 사냥꾼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넘고 말았다.
최씨가 쏘아 떨어뜨린 꿩은 장끼가 아닌 까투리였다.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당국은 까투리 사냥을 금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놈을 쏘아 뜨린 게 발각되는 순간 사냥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법적 책임을 져야했다.
최씨는 절대 남에게 말을 해선 안된다며 죽은 까투리를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
호기심에 따라 나선 사냥이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있는
까투리가 내내 눈에 밟혔다.
최씨는 살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즐기기 위해 살아가는 것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냥개 역시 제 명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운동량이 너무 많아 일찍 죽는단다.
최씨가 몰고 다니는 포인터는 어미개에 이어 사냥개가
되었는데 사냥감을 잘 물어오지 못해 최씨에게 맞고 있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이렇게까지 대해야하나 싶었지만 최씨는 70 노인이었다.
그리고 남의 일에 감놔라 배추내놔라 할 입장은 더더욱 아니었고.
이후 최씨와 연락은 끊어지고 사냥장면이 들어간 중편만화를 하나 그렸다.
최씨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의 체험이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들었다.(그 작품 아직도 손보고 있다. ㅠㅠ)
암튼 나는 종종 장화를 신는데 멋은 없지만 정말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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