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시는 어르신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6,70년대 제주도 역시 육지와 마찬가지로 쥐잡기 운동이 한참이었다.
쥐가 다니는 길목 곳곳에 덫을 놓고 쥐약을 뿌렸다.
덕분에 쥐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곡식을 축내는 그 징그러운 쥐들을 사라지니 세상은 한 층 살기 좋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줄어들었던 쥐는 어느 시점부터 다시 불어났다.
오히려 전보다 더 극성이었다.
창고는 쥐들이 넘쳐났고 밭은 쥐들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원인은 매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죽은 쥐를 잡아먹은 매들이 쥐약으로 인해 하나둘 죽어나간 것이다.
오름과 밭 위를 유유히 날던 매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제주도에서 매들이 완전 사라질 판이었다.
매의 숫자가 다시 불어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쥐잡기 운동을 하지 않고부터였다.
자연은 먹이사슬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한 종을 죽이면 다른 한 종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 숲이 파괴된다.
인간이 자연에 간섭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다.
숲이 사라지면 인간의 삶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눈앞에 이익에 눈이 어두워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논밭을 민 뒤 아파트 단지를 건설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펼쳐진 울창한 숲 역시 한 순간에 사라졌다.
땅 전체가 물방울 스미지 않는 시멘 콘크리트로 덮고 말았다.
베란다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볼 때마다 맘이 안좋다.
왜 이렇게 끊임없이 산을 절단하고 숲을 밀어야하는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