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적이

21세기 유목민 윤형식

by 만선생~ 2023. 11. 30.
 
나의 벗 윤형식 선생은 21세기 유목민이다.
그그제는 남쪽 그제는 서쪽 동네에 나타나시더니 어제는 우리동네에 나타나시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뵙고 꼭 1년 9개월만이다.
우선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막걸리 한잔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늘 지니고다니는 기타와 피리를 손에 들었다.
판소리 춘향가부터 심청가 밀양아리랑 그리고 비틀즈, 스팅, 알라푸가쵸바, 블라디미르 브이쵸소스키 등등의
노래가 폭풍처럼 이어졌다.
나의 작은 거실이 어느덧 공연장으로 변한 것이다.
공연은 인근 식당으로 이어졌다.
식당 아줌마는 윤선생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최고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으례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흥이 많다니.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없다.
들으니 유전이었다.
윤선생의 외할아버님께선 조선팔도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누비며 사셨는데
이들 나라의 말을 다 하실 수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상 온갖 소리에 능하셨다.
이런 외할아버님 무릎아래에서 취학 전까지 자랐으니 자연 그 흥이 몸으로 체화될 수밖에.
여기 동영상의 노래는 블라디미르 브이쵸소스키의 '뒤로 가는 야생마'다.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같아 미안한감이 없지않지만 혼자보기 아까워 올려본다.
(허락받고)
오늘 아침이다.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여정을 향해 떠날 때 난 "친정가는길"1권을 드렸다.
"여기 사인 뭐라 쓸까요? 이시대의 진정한 소리꾼?"
"큰일날 소리. 소리꾼에 대한 모독이예요. 소리꾼은 가당치도 않으니 약간 허접한 소리꾼 이라 해주세요"
그래서 난 이렇게 썼다.
"이 시대의 허접한 소리꾼 윤형식님께 드립니다"
 
2021.11.9 

'날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구  (1) 2023.12.02
베란다 풍경  (0) 2023.11.30
종편  (0) 2023.11.29
고등어 찌개  (1) 2023.11.29
엘리베이터  (1)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