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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오늘의 요리- 삼치 찌개

by 만선생~ 2025. 6. 18.
오늘의 요리
삼치찌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냄비에 물 700리터 가량을 붓고 가스불을 켠다.
삼치 반마리에 칼로 잘게 썬 마늘과 양파를 넣고 이어
깻잎 열장정도를 넣는다.
냄비가 서서히 서서히 끓어갈 무렵 고추장 한숟가락을 풀어 넣는다.
소금은 넣지 않는다.
삼치와 고추장에 섞여 있으므로.
물이 끓어가면서 얼큰한 냄새가 난다.
언제나 그래왔듯 간을 보지 않는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아니까.
냄비가 팔팔 끓으면 가스불을 줄이고 냄비째 상으로 가져간다.
상에는 잡곡밥 한 그릇이 수저 젓가락과 함께 놓여있다.
오늘의 점심이다.
나는 내가 한 요리가 맛있다.
오늘도 그렇다.
모라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코끝에 와닿는 진한 깻잎 향.
깻잎은 이번 요리의 시작이고 끝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께서 호남이 없으면 조선이
없다고 말씀하셨듯 깻잎이 없으면 삼치찌개도 없다.
그만큼 향이 깊고 진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깻잎은 조연의 위치에 머무를 뿐이다.
누가 뭐래도 주연은 삼치일 수밖에.
불을 만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삼치는 본래와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뼈를 발라낸 삼치살은 씹기에 너무나 부드럽다.
불을 발견하기 이전의 인류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부드러움이다.
찌개엔 두가지 요소가 있다.
건더기와 국물.
건더기도 맛있지만 건더기에서 우러나온 국물을 빼곤
찌개를 논할 수 없다.
국물을 목에 넘길 때 느껴지는 그 칼칼함.
그 칼칼함에 빠져들면 거푸 국물만 마시게 된다.
영양을 따져봐도 건더기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국물은 찌개의 알파요 오메가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숟가락 놓기 쉽지 않다.
이쯤에서 멈춰야지 하면서도 자꾸 손이 간다.
이성은 멈추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본능은 어느새 찌개로 손이 가 있다.
이성을 따를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서 오늘은 밥 한공기로 끝낸다.
더이상 살이 찌면 곤란하니.
만찬은 물을 마시면서 끝이나고 다음 식사를 위해 찌개를 다시 끓인다.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인류의 가장 강렬한 욕망은 무엇일까?
바로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다.
오늘 내가 끓인 삼치찌개를 먹고 거기서 얻은 에너지를 어줍잖은 이 글을
쓰는데 쓰고 있다.
후식으로 참외 하나를 깎아 먹으며.

201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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