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5 충청도

보은 정이품송

by 만선생~ 2025. 6. 19.
교과서에 실렸던 속리산 정이품송을 기억한다.
법주사와 함께 보은하면 늘 떠오르곤 하던 나무다.
뉴스를 통해 나무가 꺽였단 소식을 접하고 마음속에 있던 빗장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6월 16일 법주사 가는 길에 정이품송이 나타나 차에서 내렸다.
뉴스에서 접했던 것처럼 가지가 꺾여 모양이 나지 않았다.
과거의 명성이 아닌 지금의 모습으로만 본다면 명물이 될 수 없었다.
데크로 된 관람동선을 따라 걷다 백발의 아들과 늙은 어머니를 만났다.
못잡아도 90은 돼 보이는 어머니가 소나무 앞에서 감회에
젖어 뭐라 말씀을 하시는데 말투가 교육을 많이 받은 분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소나무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소나무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보니 남편 생각이 북바쳐 온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살림 공무원으로 70년대 전국에 있는 소나무들을
병으로부터 살리기 위해 노력하셨고 정이품송에 각별한
애정이 있어 자주 찾았었다고 한다.
난 남편의 삶이 궁금해 언제 돌아가셨느냐 물으니 90년대에
돌아가셨고 지금은 아들 내외와 천안에 살고 계신단 말씀을 하셨다.
나무를 보며 남편을 회상하는 늙은 아내.
나는 아들과 그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었지만 감히 사진을
찍자고 할 수 없었다.
대신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멀어지는 뒷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세조에게 정이품 품계를 받은 정이품송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바람과 폭설에
가지가 꺾이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다른 나무들이 부피를 키워 정이품송을 대신 할 것이다.
아니 특별한 사연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정이품송만큼 유명한 소나무는 우리
역사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의 숲은 천이遷移로 인해 참나무가 성하고 소나무가
쇠해지고 있다.
정이품송 뿐 아니라 소나무가 이 땅에서 점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삶이 참 짧게 느껴진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아도 청년시절에 느꼈던 감정과 지천명에 이른 지금
느끼는 감정이 많이 다르다.
더 센티멘탈하다.
돌아보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았던 시절이 언제였는가도 싶다.
아무튼 남은 인생 알차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생각과 실천은 전혀 다른 문제지만.
 
2017.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