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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나이

by 만선생~ 2025. 6. 26.
논산 훈련소에서 6주간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가 되었을 때의 두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무려 28개월 하고도 보름동안 생활해야 하는 곳.
훈련이 얼마나 빡셀지 또 고참들의 갈굼을 얼마나 당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때 꽁꽁 얼어붙은 나의 마음을 풀어준 건 인사계였다.
나이는 환갑 쯤 되었을까?
얼굴엔 주름살이 깊이 패여 있었고 목소리는 연로하였다.
엄격한 상사라기보다 편안한 이웃집 노인 같았다.
나는 계급장에 오버로크된 갈매기 세 개에 그가 살아온 세월을 느꼈다.
인사계는 인자했지만 정작 생활공간인 내무반엔 좆같은 놈들 투성이었다.
이유없이 뺑뺑이를 돌리는 건 예사고 금품을 갈취하는 놈도 있었다.
그래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가는 말을 믿으며 군대
생활을 견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귀를 의심할 만한 소리를 들었다.
인사계의 나이가 마흔 한 살이나 두 살이란 것이다.
세상에 군대 짬밥을 먹으면 저리 나이 들어 보이나?
인사계란 업무 성격상 햇볕에 그리 많이 노출되는 것도 아니었다.
군대 생활하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선임하사들 나이가 내가 생각한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중사 계급장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이십대 중후반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군대에 있으면 머리가 굳는다고 한다.
상명하복 체계에선 그럴 수밖에 없단다.
업무의 단순성도 머리가 굳는데 한 몫 한다는 이야기다.
수긍이 안간다.
사회는 날마다 새로운 일을 하냐하면 그렇지 않다.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어제 했던 일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있는 사람들보다 왜 그렇게 노화가
빨리 될까?
업무강도가 세서?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 나의 물음에 속 시원히 대답해 줬으면 좋겠다.
 
201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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