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기가 몇살인 줄 모른다는 얘길 듣고
이런 미개한 종족이 있나 싶었다.
설령 나이를 몰라도 자기가 무슨 해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 어느해인가 갑자기 내 나이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흔 다섯 같기도 하고 마흔 여섯같기도 하고.
출생년도에 서력년도를 더하면 계산이 나오지만 그 계산은 하기 귀찮고.
그래서 한동안 정확한 내 나이를 모르고 지낸 적 있다.
생각해보니 아프리카 특히 적도 부근엔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다.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기에 해가 바뀌었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테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농경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지만 수렵은 그렇지 않다.
아무 때나 산과 들로 나가 사냥을 하면 된다.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은 아마도 후자에 맞줘져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시간의 노예다.
항상 날짜를 기억하고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여가를 즐긴다.
사회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살 수 가 없다.
때때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린 왜 이렇게 시간의 노예가 돼 살아야 하는가?
나이를 잊은 채 자연의 주기에 살아가면 안되는 것인가?
나이를 모르고 사는 아프리카인들이 현대 한국인들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는 없다.
마찬가지로 현대 한국인들이 그들보다 행복하다는 증거도 없다.
오히려 나이를 모르면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없으니 더 좋을 같기도 하다.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소멸한다.
누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늙고 병들고 떠난다.
유한한 시간.
인간이 편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시간이란 틀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
나이 따위는 생각치 않고 오로지 충만함으로 가득한...
2015.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