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만난 어르신이 도일주 여행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도일주 여행이란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여행을 말한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과거 제주도 사람들에겐 꼭 한번쯤 해보고 싶은 로망이었다.
육군소장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장면정권을 무너뜨린 1961년.
어르신은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어르신 집은 제주시 옆에 있는 조천.
어머니가 포목점을 해 살림이 넉넉한 편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제주시에 있는 북국민학교로 유학 아닌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당시 학교는 한 학년에 남자 반이 세개 여자 반이 두개였고 한 반의 학생 수는 60명이었다.
그해 5월. 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박 3일동안 도일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어르신은 여행을 떠날 생각에 며칠 전부터 가슴이 설레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도일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여학생은 도일주 여행에서 제외되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역시 갈 수 없었다.
도일주 여행을 떠난 학생 수는 50명 안팎.
군용인 제무시(JMC) 트럭 3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단다.
개인 준비물로 모포 숟가락 젖가락 밥그릇을 가져갔다.
밥은 학교 소사가 따라가 밥을 해주었는데 국 하나에 반찬은 단무지가 전부였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식사지만 그 때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일주 방향은 제주시에서 뭍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돌았다.
첫번째 행선지는 협재굴 두번째는 안덕에서 산방산에 올랐다고 한다.
저녁은 서귀포 국민학교에서 잤다.
이튿날은 아침에 일찍 출발 천지연 폭포와 정방폭포 천제연 폭포를 보았다.
기념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성산으로 가 성산 국민학교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해돋이를 보러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고 한다.
아침은 일출봉을 내려와서 먹었다.
다음 행선지는 세화리 문주란 자생지였다고 한다.
여기서 토끼섬을 보고 비자림을 구경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감녕사굴이었다.
감녕사굴을 끝으로 제주시내로 돌아와 해산하며 도일주 여행은 끝이 났다.
어르신이 다녔던 곳들은 지금도 유명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협재굴은 출입이 제한된 걸로 알고 있다.
다시 제주도에 간다면 도일주 여행 코스를 따라 돌아보고 싶다.
한번 이상 가본 성산일출봉 산방산 천지연폭포 정방폭포는 감회가 새로울
것이고 아직 가보지 못한 감녕굴과 협재굴 세화 문주란 자생지는
제주를 더 깊이 알게 해줄 것이다.
그나저나 도일주 여행을 떠나지 못한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제무시 트럭에 올라탄 아이들이 한 없이 부러웠겠지.
계집아이는 계집 아이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고 사내아이는 없는 집안
형편을 원망했을테지.
돈이 없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우리 누나도 생각난다.
친구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을 추억이 없는 누나...
누나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해줄 게 없네. ㅠㅠ
끝으로 어르신은 당시엔 흔치 않게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 오랫동안
번개표에서 근무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나와는 여객선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조천에 있는 집에도 방문했었다.
*제무시 트럭 GMC... general motor company
201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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