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이 불황이다.
매출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 들어 고사상태에 빠져있다.
폐업한 출판사가 속출하고 중견 출판사는 직원 수를 줄여 살길을 도모한다.
대형 출판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읽는 시대가 끝났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원인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인터넷이 출판시장에 떨어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면 스마트폰은
핵폭탄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식과 정보를 책에서 구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낱말의 뜻이 궁금할 땐 사전보다 인터넷 검색창을 먼저 두드린다.
전철은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스마트 폰을 들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종이신문을 펼쳐들고 보던 기사는 액정화면으로 대채 됐고 페이지를
넘겨보던 만화는 스크롤로 내려보고 있다.
빙하기가 끝나 대륙이 물속에 잠기던 것 이상의 지각변동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책을 사는데 참 인색하다.
가계수입이 줄어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노라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일례로 내가 아무리 주위에 “정가네소사”를 7년 동안 그려서 낸 책이라
떠들어도 사보지 않으니 말이다.
동업자 정신도 문제다.
동료작가가 어렵게 책을 내도 사보긴 커녕 공짜로 얻을 생각 먼저 한다.
나부터도 책을 사기보다 받기를 더 좋아한다.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책을 직접 구입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고마운 나머지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것도 모자라 서평까지 써서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영세불망비를 세워드려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작가에게 책은 삶의 고갱이다.
자신의 인생역정이 또 창작의 열정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책 한권을 내기 위해 걸었던 수많은 길들과 지새웠던 밤들을 생각해보라!
여기저기 짜집기한 자기 계발서들을 제외하곤 책장을 함부로 넘기지 못한다.
나는 책에서 종이 냄새 이전에 작가들이 흘린 땀냄새를 먼저 맡는다.
한 사람의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작가의 책을 보아야한다.
작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겉도는 이야기만 하다 자리를
파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을 하자고 나온 출판사 대표가 내 책을 보지 않고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적당히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것이 수순이었다.
페친 가운데는 출판 경영인과 작가들이 많다.
대형 출판사도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출판사거나 1인 출판사이고 또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들이다.
생각 같아선 모두 사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카트에만 넣어놓고
있다.
카트에 있는 금액을 합하니 이백만원이 넘었다.
나와 동갑내기로 작가이자 출판 편집 일을 외주 받아 하는 친구가 있다.
친구가 하는 말이 책을 내면 주위 사람들 모두 공짜로 받으려 한단다.
그런데 친구는 자기에게 몇 만원 어치 술을 사는 것보다 책을 한 권 사주는
것이 더 고맙단다.
그러면서 내게는 책을 공짜로 주었다.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했다.
“이거 돈주고 사야는데...”
“임마 니가 돈이 어디있다고.”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가마는 인력거에 밀려 사라졌고 인력거는 자동차에 밀려 생활사 박물관에나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출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비껴나 있을 수가 없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전시장에 세워질 한 장짜리 그림을 의뢰받았는데 하지 않던 일이라 손에 쉬
잡히지 않는다.
오래된 징크스인데 외주일을 맡으면 그 때 부터 이상하게 책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글도 잘 써진다.
지금 이글이 그렇다는 게 아니고 말하자면 그렇단 이야기다.
2017.7.8
'에세이 > 책, 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스펜스 액션 스타일로 말하는 사람 (1) | 2025.11.24 |
|---|---|
|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11) | 2025.08.29 |
| 창비 교과서 저작권료 (2) | 2024.12.31 |
| 풀빛 출판사 <<한국 민중사>> (3) | 2024.12.04 |
| 세계사 편력 (1) | 2024.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