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장릉
김포에 공모전 심사를 보러 나갔다 심사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작업실로 바로 돌아와도 되지만 뭔가 서운하다.
어딜가든 구경거리를 찾는 나다.
가볼만한 곳이 없을까?
마침 가까운 곳에 조선 왕릉인 장릉이 있어 차를 몰고 장릉 입구로 왔다.
입장 시간이 지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나이 일흔 능참봉에 임금 거동 스물아홉번이라는 말이 있다.
하릴없이 고생만 하는 걸 일컫을 때 쓰는 말이다.
늦은 나이 얻은 것이 미관 말직 능참봉인데 임금이 스물아홉번 거동했다면 얼마나
고생스러울 것인가!
참봉은 종 9품으로 품계가 가장 낮은 벼슬이다.
그럼에도 벼슬은 벼슬.
영예로운 일이다.
거느린 사람만 해도 최소 이삼십명은 될 거다.
왕조 국가에서 왕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정 정도의 예산을 써서 가꾸는데 후대에 내려올 수록 그 수가 많아진다.
참봉의 숫자도 비례해 늘어났을 것이다.
일제가 나라를 강탈했지만 왕릉만은 건드리지 못했다.
덕분에 우리는 왕릉 수만큼 아름다운 숲을 갖게
되었다.
왕릉은 그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다.
왕릉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도심은 얼마나 황량했을 것인가!
김포 장릉 또한 숲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숲도 아름답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제사 공간인 재실이다.
왕릉을 찾으면 반드시 재실에 와 구석구석을 살핀다.
형태는 여느 사대부집과 다를바 없지만 규모가 다르다.
제대로된 한옥을 보고싶다면 왕릉 재실에 오면 된다.
참봉과 서리 그리고 관노들이 생활했을 공간!
대청마루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장릉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못이다.
때가 아닌지 연꽃은 피지 않았지만 못을 가득채운 연잎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거기다 새끼들을 거느린 청둥오리까지.
마치 동화속 한 장면같다.
길도 참 좋다.
흙길이라 더 좋다.
소나무를 위시해 갈참, 때죽, 자귀, 오리나무등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좋은 나라에 태어나 많은 걸 누리며 사는구나라는.
더구나 이 넓은 숲에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 아름다운 숲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몇해전 김포 장릉을 돌아보며 조선왕릉 41기 답사를 마쳤었다.
그리고 몇해만에 다시 찾은 김포 장릉.
수시로 떠다니는 비행기 소리말고는 모두 좋았다.
조선 왕릉은 조선왕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남긴 특별한 선물이다.
202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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