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쿠쇼 고지는 일본의 국민 배우다.
수없이 많은 영화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기도 훌륭하지만 외모도 훌륭하다.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분위기 있게 잘 생겼다.
분위기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무엇이다.
평소 쌓은 교양에서 배어나올 수 있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이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여러 요소 가운데 첫 손으로 꼽는게 모발이다.
만약 그가 주변머리만 남아있는 대머리였다면 국민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잭니콜슨 같은 배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성격파 배우다.
과문해서 모를 수 있지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잭니콜슨에게 분위기 있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아쿠쇼 코지는 참으로 복받은 사람이다.
아무나 저렇게 풍성한 머리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 저 나이가 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힘이 없다.
그 것도 아니라면 대머리가 된다.
그러고보니 일본 전 총리 고이즈미도 저런 머리를 가졌다.
재임 시절, 구불 구불 휘몰아치는 듯한 머리카락이 베에토벤을 연상시키곤 했었다.
베에토벤의 머리는 예술가의 고뇌를 상징하는 듯 하다.
불의의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도 머리숱이 많았다.
극우적 발언을 서슴치않는 아베를 볼 때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하늘은 어쩌자고 저런 악당에게 탈모인들이 그토록 원하는 풍성한 머리카락을 주셨단 말인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백석도 머리카락이 아주 멋졌다.
마치 회오리바람 같다.
큰키에 조각같은 이목구비. 그리고 그를 더욱 빛내는 머리카락.
거기에 지성미까지 더하니 동시대 여인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석의 시가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건 외모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을 많이 한다.
이런 얘길 하면 돌맞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난 백석의 시가 좋지 않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느낌이 없다.
동시대를 살았던 한용운과 김소월의 시는 너무나도 잘 읽히는데 말이다.
다만 나는 사진 속의 멋진 외모로 백석을 기억할 뿐이다.
그렇다면 최고 권력자들의 머리카락은 어떨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레닌이다.
볼세베키 혁명의 주인공인 그는 탈모였다.
연설대에 선 그는 엄청나게 열정적이다.
그 열정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동시대 사람은 물론 후대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은 머리가 참 풍성하다.
악명높은 독재 정치와는 별개로 잘생긴 얼굴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얼굴은 귀공자처럼 잘생겼는데 머리숱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은 시절 사진을 봐도 머리숱이 풍성하진 않았다.
유신 쿠테타로 영구집권을 회책하다 부하의 총에 생을 다한 박정희의 머리숱은 그저 그렇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독재자 전두환은 대머리의 상징이다.
5공시절 학생들이 시위를 하며 외쳤던 구호 중 하나가 '대머리는 물러나라'였다
머리카락이 가장 멋졌던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밀집모자를 들어올릴 때 나는 숨이 멎었다.
그 빽빽한 머리카락 때문이다.
머리가 풍성하지 못한 나로선 정말이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일찍 세상을 떠나 그 머리카락을 볼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본다.
머리카락이 듬성한 한 사내가 나를 마주 대하고 있다.
눈가의 주름도 제법 깊고 낯색도 아주 밝지는 않다.
신체기능이 그리 좋지못하다는 증거다.
그나마 머리카락이 아주 없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긴다.
탈모약을 친구를 통해 6개월치 샀는데 아직 안먹고 있다.
귀찮아서다.
저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한단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편하다.
아쿠쇼 코지나 노무현 대통령 같은 멋진 머리카락은 다음 생에나 기대해볼까 싶다.
202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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