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차창 밖으로 둥근 달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산골짜기에 떠있어도 아름답고 도심 하늘에 떠 있어도 아름다운 달.
무수한 신화와 전설이 저 달과 함께 하고 있다.
만화를 그릴 때 밤을 나타내기 위해선 항상 달을 그리곤 한다.
해는 같은 크기로 지구를 비추지만 달만큼 아름답지가 않다.
해가 아름다운 건 저녁노을이 지는 잠시 한 때다.
그에 반해 저녁 내내 아름답다.
문득 죽으면 저 달을 못 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는 전제 앞에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한편으론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결국 죽는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기도 했다.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진중에서 쓴 명상록을 통해 조금 먼저
떨어진 콩과 나중에 떨어진 콩에는 아무 차이가 없음을 설파했다.
조금 먼저 나고 나중에 난 것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결국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 뿐이고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내가 만화를 그리는 것 역시 이런 노력의 일환일 뿐이고.
201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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