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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삼사관 학교

by 만선생~ 2025. 8. 4.

장교 양성기관인 삼군사관학교와 삼사관학교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학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육사 공사 해사를 함께 일컫는 삼군사관학교가 성골과 진골이라면
삼사관학교는 신분의 한계가 뚜렷한 6두품이다.
육사는 4년제 대학이고 삼사는 2년제 대학을 필한 사람이 편입해
들어가는 군사학교다.

30개월 군 복무 중 포대장이 한 번 갈렸는데 전임자와 후임자 모두 삼사
출신이었다.
전임자는 성격이 유해 사병들을 크게 다그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부인과 함께 1호차를 타고 초소를 돌며 병사들에게
커피를 타주었다.
지금도 그 때 마시던 커피 향과 온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모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이 많아 보였다.
포대장은 육군 대위로 부대 전체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다.

하지만 고을수령이 흘러가는 물인 반면 아전들은 강바닥에 박힌 돌멩이다.
부대를 좌지우지 한 건 오랫동안 군에 몸담아온 간부들이었다.
계급은 포대장보다 낮지만 호봉이 높고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포대장은 다이아몬드 두개인 소대장의 쪼인트를 거리낌 없이
깠지만 소대장보다 계급이 낮은 부사관들에겐 말을 높였다.
들리는 말로 하루는 포대장이 간부들에게 울면서 왜 이렇게 자기 말을
따르지 않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포대장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군의 구조가 그렇게 돼 있었다.

거진 앞바다에서 대공사격 훈련을 지휘하는 포대장의 모습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병사들은 포대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행동했고 별다른 사고 없이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두번 째 포대장은 의욕과잉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대공비상훈련을 걸어 병사들은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포상으로 향해야 했다.
정말 피곤한 군대생활이었다.
절로 “군대 좆같네” 란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포대장은 나름 용인술을 구사했다.
화기를 맡은 이*식 중사에게 힘을 실어 다른 간부들을 제압한 것이다.
호봉이 가장 높은 인사계도 이*식 중사에겐 꼼짝 못한다는 말을 본부
대원에게 들었다.
마치 고삐 풀린 소처럼 부대를 들쑤시고 다니던 이*식 중사가 자주 쓰던 말
이 있었다.

“어떻게 된 게 개념이 없어”

레너드 코헨의 음악을 즐겨듣던 소대장은 포대장에게 깨지지 않기 위해
병사들을 달달 볶았다.
참고로 소대장은 인천대학교를 졸업한 학사 출신의 장교였다.
머리가 좋아 전술학은 물론 포의 제원도 병사들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아마도 제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욕과잉으로 병사들의 원망을 샀던 포대장은 내가 제대할 때
피엑스에서 빵과 우유를 사주며 물었다.
사회에 나가면 뭘 할거냐고.
나는 만화를 그리겠다고 했다.
포대장은 나의 건승을 기원하며 악수를 청했다.
내일 모레가 제대지만 지휘관인지라 나는 악수를 하며 관등성명을 댔다.
“병장 정용연~”

군복무 30개월 동안 육사출신을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최신무기를 사용하는 부대가 아니다보니 삼사출신들이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포대장이 육사 출신이었어도 간부들이 그리 물로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유했던 전임 포대장은 제대하고 얼마 뒤 소령으로 진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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