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처음 제시한 합의금은 100만원이었다.
사고당일 내 차에 동승했던 그녀는 펄쩍 뛰었다.
사고후유증으로 한참을 시달렸고 일을 하지못해 입은 금전적 피해
또한 컸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난 그녀가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합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며칠 뒤 가해자는 자기 사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200만원을 제시했다.
아마도 가해자는 우리가 이게 왠떡이냐며 덥썩 받아들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음주에 뺑소니는 살인과 마찬가지라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합의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2,000만원이었다.
그게 안되면 공탁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해자는 300을 말했다가 400을 말했다.
자기가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금액이 이 거라고.
물론 자기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 역시 빼놓지 않았다.
마누라는 8년전에 집을 나가 딸아이를 키우는데 희귀병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듣다보니 마음이 약해져 400에
그냥 합의해주는 게 어떨까 싶 어 그녀에게 의중을 물었다.
그녀는 1,000이라면 합의를 해줄 의향이 있다고 했다.
가해자는 도저히 그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사정을 거듭해왔다.
그녀는 400을 깍아 600을 제시했다.
가해자는 도저히 그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다
나중엔 어떻게든 마련해보겠다고 했다.
합의금 600만원.
하지만 싸인을 하러 나간 자리에서 가해자는 430만원을 들고 나왔다.
더이상 마련한 방법이 없다며.
나는 이쯤에서 합의문에 싸인을 해주고 끝내고 싶었지만 그녀는 완강했다.
가해자가 반성을 하기보다는 잔머리를 굴린다는 것이다.
그깟 돈 몇 푼 안받아도 좋으니 절대 합의해 줄 수 없다는게
그녀의 입장이었다.
가해자는 결국 그녀 통장에 600만원을 입금했고 나는 가해자를
만나 합의문에 싸인을 해주었다.
사고가 난지 꼭 석달하고도 열하루만이다.
합의금을 주고 형량을 감면받아야 하는 가해자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나에게도 스트레스였다.
생각해보니 가해자에게 난 참 만만한 사람이었다.
100만원이면 왠 떡이냐며 덥썩 받아들 사람. ㅠㅠ
암튼 합의를 해주었고 가해자도 곧 잊혀질 것이다.
잘사시라. 음주운전 절대로 하지말고 뺑소니는 더더욱...
201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