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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홍수 2

by 만선생~ 2025. 8. 9.
홍수
오래전 헤어진 연인 미애씨가 어느날 내게 말했다.
자기네 조상이 안동 예안의 도산십이곡(명호강) 중간 쯤인 우지말이란 곳에 살았었다고.
그런데 어느해 홍수로 우지말 집들이 모두 떠내려갔단다..
하지만 미애씨네집은 그대로였단다.
엄청난 수의 자라가 몰려와 집이
떠내려가지 않게 기둥을 붙들어 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들 덕에 집을 보존하게된 미애씨네 집은 이후 지켜야할 규율이 생겼다.
자라를 절대 잡아서 먹지 않는다는.
하지만 전설은 말이 안되었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우지말 사진을 보니 미애씨네는 우지말에서
유일한 기와집이었다.
기둥이.여느 초가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크고 튼튼하였다.
물에 쓸려내려갈 리가 없다.
집은 세칸짜리 정자와 더불어 1973년 안동시 금곡동으로 옮겨온다.
우리 집안이 대대로 살던 곳은 전남 장성의 황룡강가다.
할아버지는 많지 않지만 황룡강가에 자기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다.
1944년 여름.
장성은 몇날며칠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퍼부었다.
황룡강은 사방에서 흘러드는 물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역류했다.
그냥 역류가 아니라 바닥의 모래톱을 쓸어 모으며 강가에 있는 논들을 덮쳤다.
비가 그친 뒤 논으로 나간 할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논이 모래로 뒤범벅 되어 못쓰게 된 것이다.
가진 재산의 전부였던 논!
먹고살 수가 없게된 할아버지는 이듬해 만주 이민을 결행한다.
중국인 땅을 빌어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가 잘되어 황금빛 벼가 끝도없이
물결 쳤다고 한다.
1945년 8월 15일.
그토록 염원하던 해방이 찾아왔다.우리 가족에겐 불행이었다.
그많은 벼를 수확도 못한채 돌아오고 만 것이다.
떵떵거리며 잘살아보겠단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근근이 살아갈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살던 마을은 장성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할아버지는 나라로부터 얼마간 보상을 받아 전북 순창 복흥에 정착하였다.

20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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