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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난다.

by 만선생~ 2025. 8. 9.
에어컨 없이 또 한 번 여름을 난다.
인간승리다.
살고 있는 아파트 외벽을 보니 에어컨 없는 집은 우리집 뿐이다.
모두 나보다는 사는 형편이 나은 듯 하다.
얼마 전 후배를 만났는데 수입이 없어 에어컨 설치를 못하고 더위와
악전고투 중이었다.
후배 집은 꼭대기 층이어서 태양열을 고스란히 내려 받는다고 했다.
그에 반해 우리 집은 중간층일 뿐 아니라 바람이 잘 통한다.
그래도 덥긴 더워서 하루에 샤워를 두 세 번씩이나 해야 했다.
에어컨 설치를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거실에 설치하자니 거실에서 생활을 거의 안하고 작업실에 하자니 선을
끌어오는 게 좀 그렇다.
모양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제습기다.
내년엔 꼭 제습기를 마련할 까 싶다.
습기만 없어도 불쾌지수가 엄청 낮아지더라.
어릴 땐 적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쌍했다.
북위 36도에서도 이렇게 더운데 0도라면 거의 쪄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 잠깐동안 일본 도쿄, 중국 광조우,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여름은 살인적이었다.
불쾌지수가 그리 높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 따르면 적어도 아프리카 적도 지역은
우리보다 덥지가 않았다.
기후가 건조한데다 열섬효과가 없어 그 곳에 살다온 사람들은 한국이
오히려 더 덥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실 예전엔 우리나라 이만큼 덥지 않았다.
아무리 올라봐야 서울 최고 기온이 31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33도 이상 올라가는 날이 많다.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는 사실을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증명한다.
어릴 땐 더위에 시달릴 때마다 개마고원에서 지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통일이 되면 여름 한 철을 꼭 개마고원에서 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게 통일은 커녕 남북간 교류도 끊어지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남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하게
될 날은 아직까진 요원하다.
북구 유럽이나 그린란드에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현재 처지로는 죽으나 사나 한반도 이남에서 여름을 나야 한다.
아니면 수행의 한 방법으로 더위를 참고 견디던지...
 
20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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