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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극 후기

연극 옥탑방 고양이

by 만선생~ 2025. 8. 10.

친구 녀석 때문에 예정에 없이 보게 된 연극 옥탑방 고양이.
평일인데도 120석이 꽉 찼다.
최초에 소설이 있었고 소설은 드라마를 제작돼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성공과 더불어 만화가 나왔고 마침내 연극으로 만들어져
장기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 유즈다.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연극은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쉼없이 들렸지만 나는 후반에 딱 한 번 웃었다.
솔직히 배우들의 애드립이 그리 웃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자리에 꼼짝 안하고 있으려니 몸이 굳었다.
귓가엔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게 위험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연극은 크게 재밌었던 것도 아니지만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청춘 남녀들이 좋아할 만한 말랑말랑한 이야기였다.
역사나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지 않다.
그야말로 달콤한 사랑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가난한 집 딸이긴 하지만 남주인공과 사랑의 결실을 맺으면서
가난은 잊혀진다.
연극은 그동안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장치들을 그대로
사용한다.
옥탑방에 세들어 살던 남자 주인공은 알고 보니 부잣집
아들이었고 부잣집 아들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부잣집 딸이 있다.
딸은 부잣집 아들을 좋아하지만 부잣집 아들은 가난한 집 딸에게
마음이 가있다.
가난한 딸과 사귀던 드라마 작가는 부잣집 아들에 좋아 하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식상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구조인데 그나마 연극이 볼 만했던
것은 연출의 힘이었다.
공연이 수도 없이 계속되면서 연출을 가다듬고 가다듬었으리라.
그리고 대중은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이야기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연극이 성황리에 이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잘생긴 남자
주인공에 예쁜 여자 주인공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난 여자 주인공 미모에 반해 있었다.
여자 관객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론 연극을 보는 내내 불편했는데 제작 현실 때문이었다.
이렇게 성황 중인 연극에 믿기지 않게도 출연 배우가 단 네 사람이었다.
남녀 주인공은 고정이지만 나머지 두 배우는 수도 없이 의상을 바꿔가며
역할을 바꾸었다.
고양이, 아버지, 배달원, 남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자, 여주인공과 사귀는
드라마 작가, 청소부...
그래서인지 캐릭터 분간이 잘 안 갔다.
이렇게까지 인건비를 아끼면서 공연을 이어가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뭐라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친구 덕에 뜻하지 않게 연극을 봤고 밖으로 나와선 친구가 사주는
시원한 차를 마셨다.
그러고보니 관객 가운데 우리 나이 때의 남자 두 사람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201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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