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수작업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자 어느 분께서 고맙게도 제도용 잉크를 주셨다.
'장인'이란 잉크인데 일본제다.
장인을 일본어로 '타쿠미'라고 하는 것 같다.
훈독으론 '죠우진'이다.
수입처가 있는데 국내에서 팔고있는지는 모르겠다.
현재 나같이 전통 방식으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극소수다.
주위엔 단 한 명도 없다.
이전엔 파일롯트란 회사에서 제도용 잉크를 생산했었다.
하지만 수요가 없어 생산을 멈추었다.
할수 없이 일본에서 잉크를 공수해 쓰고 있다.
일본에 살던 권숯돌 작가가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사다 주었는데 이제 그 잉크가
다 떨어지고 없는 것이다.
박명운 작가님께서 자신은 디지털로 작업을 해 쓸 일이
없다며 제도용 잉크를 주셨다.
이제 그 마저도 한 두개밖에 남지 않아 위태위태하다.
얼마 전에는 동료인 곽원일 작가가 효고현 다카라츠카시에 있는 데즈카오사무
박물관에서 사 온 제도용 잉크를 줬는데 품질이 아주 좋다.
고맙게 잘 쓰고 있다.
하지만 곧 잉크가 바닥날 것이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이 있다.
머지않은 시간에 데즈카오사무 박물관에 가 제도용 잉크를 스무병 정도
사리라 계획 중이다.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데즈카 오사무 박물관에 가
제도용 잉크를 산다니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래 이왕 간김에 다카라츠카 가극단 공연도 볼까?
이렇게 글을 쓰는 사이 옥션에 들어가 제도용잉크를 쳐보았다.
놀랍게도 파일롯트 잉크가 뜬다.
30ml 잉크 16개에 5,5220원이다.
한 병에 4,000원 정도 하나?
분명 예전엔 팔지 않았는데...
아직도 수요가 있는 걸까?
이제 손쉽게 제도용 잉크를 살 수 있게 돼 잘된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허망하다.
힘들게 사야 희소성으로 인해 내 작업이 빛나보일텐데 그게 아니라니.
물론 제도용 잉크가 작업의 완성도를 보증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럼에도 꼭 해보고싶다.
데즈카 오사무 박물관에 가 제도용 잉크를 사는 것.
2025.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