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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노들 야학에서

by 만선생~ 2025. 7. 27.
·

어쩌다 토요일마다 혜화동 노들야학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강의를 듣게 되었다.
아침 아홉시에서 여섯시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강의를 들으면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대신 만화 원고를 그린다.
강사 분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만 마감날짜가 임박하다보니
원고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 70명 가까이 강의를 듣다보니 누구하나 날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런데 딱 한명 날 주시한 이가 있으니 바로 앞자리에 계신 ‘삼천요리자“란 분이다.
노들 직원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삼천요리자님’ 해서
일본 분인가 싶었는데 역시 예상한대로였다.

어젠 나흘째 수업이었고 조를 이루어 그림을 그려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시각장애인인 심청전 주인공 심학규를 말풍선과 함께 몇 컷
그려 사람들 앞에 나가 발표를 했는데 박수소리가 제법 컸다.
몇몇 사람들이 ‘만화간가봐’하는 소리도 들렸다
쉬는 시간에 앞자리에 계신 삼천요리자란 분이 내게 그림 그리는 게 직업이냐고 물었다.
“예 만화갑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어쩐 일로 이런 수업을 듣게 됐나요? ”
“어찌 하다보니 그리 됐네요.”

한국에 살고 있는 60대 초반의 일본 여인.
선진국 사람이 후진국으로 시집와 고생하며 살았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더불어 어떻게 한국으로 시집와 살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물어볼 수도 없는 일.
나는 그림을 하나 그려드렸다.
무척 좋아하셨다.
그림을 그려 드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고향은 일본 군마현으로 딸이

벌써 서른이 넘었다고 한다.
이곳에 오게 된 동기는 딸이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이라고.
일본에 있을 때는 만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데즈카 오사무는 물론 가무이전을 그린 시라토 산페이도 알고 계셨다.
다음 수업으로 대화를 길게 나눌 순 없었지만 좋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다랄까?
하긴 잇속에 밝은 약아빠진 사람이라면 한국으로 시집올 생각도 안했겠지.
지금과 달리 시집올 당시엔 일본과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였을테니.
그런데 싸인할 때마다 그리는 그림인데도 참 잘 안그려진다.
얼굴은 괜찮은데 어깨가 이상하다.
다음이 종강인데 그 날 하나 더 그려드릴까 싶다.

2016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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