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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 전라북도

와룡역 앞 이발소.

by 만선생~ 2025. 8. 28.

와룡역 앞 이발소.

 

어린 시절 이발을 했던 와룡역 앞 이발소.
이발소는 문을 닫은지 오래다.
제법 사람의 발길이 잦았던 와룡역은 폐역이 된 것은 물론 역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역전 앞 거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들 사이로 적막만이 감돌았다.
김제와 부용사이의 작은 간이역.
어머니 말로는 하랭이 사람들은 닳을대로 닳아 빤질거렸다고 한다.
역과 가까워서다.
그에 반해 우리가 살던 수하리 사람들은 역과 떨어져 순박하다고 했다.
그래봤자 채 1키로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데 인심이 그만큼 다르다는 거다.
하랭이라 불렸던 마을의 최고 실력자는 최승현이었다.
그는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인 최영의(최배달 )의
부친으로 용지면장을 지내 최면장이라 불렸다.
우리와도 인연이 있어 무면허 의사인 우리 아버지에게 링겔 주사를 맞곤했다.
최승현은 조선의 마지막 실학자로 일컬어지는 석정 이정직의 제자다.
열입곱 나이로 스승이 세상를 뜨자 비통한 마음을 글로 적으니 그의 필적이
전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석정 이정직 생가는 와룡역에서 멀지 않다.
내 어린시절 어머니는 나와 동생의 손을 이끌고 이정직 생가가 있는 여뀌마을로
놀러갔었다.
어머니의 친구인 옥희가 시집와 살고 있어서다.
얼굴이 무척이나 예뻤고 노래를 잘하였다고 한다.
가인박명이라 했던가!
삶이 너무나 기구하여 나는 그녀의 삶을 단편 소설로 쓰기도 했다.
나는 석정 이정직 후손을 두 번 만나 식사를 함께 하였다.
나름 성공한 사업가로서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조선 말 사상가로서 서화가로서 석정은 호남을 대표하였다.
석정의 제자들이 학문을 계승하여 전북 지역 학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석정의 마지막 제자인 최승현.
그와 그의 조상들을 모신 재각을 둘러본 뒤 호남고속
도로를 향해 악셀을 밟았다.
 
202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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