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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 전라북도

김제 원평 집강소

by 만선생~ 2025. 10. 5.

 
 
 
 
 
열두살 때 따나온 고향 김제엔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다.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가 있지만 모두 죽은 이들이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승룡이는 교통사고로 죽고 다른 아이들은 소식조차 모른다.
그들은 나에 대한 기억조차 없을 것이다.
반겨줄 이 하나 없는 고향.
다행히 페북을 통해 고향사람인 강필 아우님을 사귀어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한번씩 보곤한다.
덕분에 같은 고향사람인 백영진 경사님도 알게 되었다.
나는 동학을 좋아한다.
종교로 믿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차원높은 종교가 이 땅에 꽃피웠던 사실이 늘
자랑스럽다.
불교도가 석가모니를 크리스찬이 예수를 생각하면
경건해지듯 나는 수운을 생각하면 절로 옷깃을 여미게된다.
몇년전 나는 월간 작은책에서 동학농민군에 대한 기사를 2회에 걸쳐 읽게 되었다.
김제 원평의 백정 동학농민군 동록개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살던집을 동학도들의 모꼬지 장소인 집강소로 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김제 동학 기념회에서 그 집강소를 복원해 운영한다고 했다.
지난 겨울, 아버지 산소에 갈 때 김제 원평 집강소를 찾았다.
최고원 선생이 너무도 정성스레 날 맞이해주어 고마움을 넘어 황송했다.
월간 작은책에 동록개에 대한 기사를 쓰고 김제 동학 기념회를 이끌고 계신 그 분이었다.
올 봄엔 나주 여행을 가며 들렀다.
최고원 선생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을 정성을 다해 대하는 분이었다.
코로나로 뜸해지긴 했지만 집강소에선 행사가 제법 있다.
지난 9월 17일엔 송경동 시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행사에 참여해야지 싶어 나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강소를
찾았다.
시 낭송회와 풍물패의 흥겨운 노랫가락 그리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송경동 시인에게 듣는 살아온 이야기였다.
칠레의 저항시인 파블로 네루다부터 한진중공업 단식투쟁까지 이야기는 강물처럼 굽이굽이
휘돌아 집강소의 밤을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불의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 곳엔 언제나 함께 있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거리의 시인이다.
130년 전 동학농민군이 양반관료들의 수탈과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웠듯 지금 역시 우리 시민들은
거대 자본과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 것만이 우리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더구나 이 무도한 윤석열 정권 아래서는 더더욱 그렇다.
동학농민군의 꿈과 좌절이 한데 뒤엉켜있는 김제 원평 집강소와 구미란.
이튿날 수많은 원혼들이 잠든 구미란 무덤에 참배한 뒤 대나무를 몇개를 꺽어 차에 실었다.
12월 동학농민군 추모제에 참석을 약속하면서...
 
202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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