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내리자 그림을 배경으로한 동상이 있다.
가수 배호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경이 이곳 용산 삼각지이기 때문이다.
배호의 부친 배국민은 중국 산동성에서 활동하던 광복군이었다.
해방이 되어 귀국했을 때 배호의 나이는 세 살이었다.
절망이 깊었던 걸까?
부친은 술로 인해 배호 나이 열세살 되던해 세상을 떴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배호는 우여곡절 끝에 가수가 되었으나 생활고는 계속 되었다.
그러다 67년 배상태가 작곡한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 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스타
반열에 오른다.
이후 발표한 '안개낀 장충단공원'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 뒤론 거침이 없었다.
그의 노래가 담긴 음반은 없어서 못팔지경이었다.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걸머진 그.
하지만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느닷없이 병마가 찾아든 것이다.
팬들은 그의 노래를 듣기 원했다.
그리하여 병마와 싸워가며 노래를 불렀다.
신은 그를 버렸다.
서른 무렵 영영 눈을 감고 말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배호의 노래를 들었다.
'그 누가 울어 울어~'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가 울어'를 흥얼거렸다.
수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가끔 배호의 노래를 듣는다.
한 시대 불꽃같은 삶울 살다간 가수의 노래를.
오늘 함께 국립박물관에 갔던 두 여성작가에게 배호를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세대 차이다.
나보다 여섯 일곱살 아래니 배호의 노래를 들을 가능성은 그 만큼 낮다.
나이가 같아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듣지를 못한다.
세상엔 잠깐 불리다 사라진 노래가 많다.
이들 노래를 낮춰 부르는 말이 바로 유행가다.
한 때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지만 시간의 장벽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는 노래.
배호는 유행가 가수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배호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적어도 배호의 노래를 알고있는 사람은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일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알 수없는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202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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