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회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게 불화다.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 알려져 있다.
미세한 떨림조차 없이 일정하게 그어내려간 필선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채색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금가루를 빻아 칠한 금칠은 화룡점정이다.
수많은 미술 작품을 보아왔지만 색을 이처럼 아름답게 쓴 예를 나는 보질 못했다.
신앙의 힘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그림이다.
이렇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릴 수가 없다.
고려 회화의 정점인 불화!
그런데 불화를 빼면 너무나 허전하다.
전해져 내려오는 회화작품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안향, 염제신, 이제현, 이색, 정몽주 등의 초상화가 전부다.
초상화가 아닌 그림은 공민왕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천산대렵도가 있을 뿐이다.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인지하고 있는 고려회화는 이 것이 전부다.
고려와 같은 시대였던 중국 송나라와 원나라의 회화 작품 수와 비교하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그 빈 곳을 일부나마 채워주는 것이 있다.
자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나는 그 그림을 감상한다.
자기엔 당초를 비롯한 형이상학적인 문양이 많이 그려져 있다.
문양만 있는게 아니다.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어제 동료 작가들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고려자기 전시실을 돌아보았다.
상설 전시관이어서 익히 보아왔던 작품들이 그대로 전시 돼 있었다.
나는 테마를 정했다.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만 찾아 보는 것이었다
고려 자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서 보듯 고려 자기는 학이 가장 많이
그려져 있었다.
그 뒤를 잇는 건 버드나무다.
사람은 대개 간략화 되어 형태가 불분명하다.
거문고를 키고 있는 사람이 이채로웠다.
원숭이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살지 않지만 고려 사람들은 십이간지를 통해 원숭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려시대 가옥의 형태를 알 수있는 기와집도 눈여겨 봤다.
팔작지붕이 아닌 맞배 지붕이다.
얼마전 다녀온 수덕사 대웅보전도 맞배 지붕인 걸 보면 맞배 지붕이 일반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202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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