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형과 함께 권숯돌 작가의 유해가 뿌려진 해남 추모공원을 다녀왔다.
당연 꽃파는 곳이 있을 줄 알았는데 무인 시스템으로 조화만 팔고 있었다.
당연히 술을 팔 줄 알았던 매점에선 술을 팔지 않았다.
할 수없이 조화와 커피 음료를 분향대에 올려놓고 인사를 했다.
나는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러하기에 세상을 떠난 이를 찾아와 인사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사람간의 정을 칼로 물베듯 잘라낼 수가 없다.
비록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내가 이렇게 찾아와 줌으로서 위로 받길 바란다.
생화가 아니라 아쉽고 술 대신 음료라서 아쉽다.
그래도 잘 마셔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같은 행위는 죽은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란 생각도 든다.
자기 위안이다.
내 마음이 편안하다.
한기형이 권숯돌 작가를 처음 만난 뒤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말을 정감있게 참 잘한다고.
그러고보면 나도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살아온 이야기를 또 생각하고 있는 바를 차분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호감을 느낀다.
권샘은 일방적으로 자기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무엇보다 화제가 끊기지 않았다.
나같으면 이어갈 말이 없어 천정만 바라볼텐데 권샘은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이제 그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게 아쉽다.
스토리 작가와 만화 작가로도 협업을 할 수가 없다.
세상을 떠난 이는 말이 없고 나는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걸 말하고 정치적 사안에 분노하며 욕설을 내뱉는다.
생활고를 토로한다.
때론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남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생과 사.
그 경계가 멀지 않음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굴기도 한다.
해남에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알 수없지만 그 때까지 잘있으라며 인사를 하고 왔다.
202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