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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만화

금강산선 이야기 김용길 지음

by 만선생~ 2023. 12. 19.
 
 
너무 재주가 없어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후배가 있었다.
직장생활도 했었다고 하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 삶이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다.
재주가 많아도 버티기 힘든게 창작자의 길이다.
2007년 서울애니센터 창자지원사업에 "정가네소사"가
선정되었을 때 후배는 떨어졌었다.
다소 허탈한 모습으로 애니센터 계단에 앉아있던 후배의 모습이 생각났다.
알고보니 학교 6년 후배였다.
그럼에도 후배는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나에게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내 눈엔 많이 부족해보였다.
지금이라도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후배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 생활력으로 자기 작업이 잘 안될 때에는 남의 작업을 도와 돈을 벌었다.
학교에 만화 강사로 수업을 나가기도 하고 거리에 나가 캐리커처를 그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후배가 어떤 공모전에 당선돼 다음 만화에 작품이 소개되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후배의 작품을 보았다.
역시나 재주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후배는 도전을 계속하였다.
다양성 지원사업에 떨어진 원고를 손을 더보아 이듬해 다시 지원했는데 하늘의
도우심인지 이번엔 당선되었다.
그리고 다음해 사계절 출판사에서 후배의 책이 나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고 그린 책이었다.
나는 동료 의식을 발휘해 바로 후배의 책을 구입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소재의 작품이었다.
후배가 본격적으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금강산선"이란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다.
일제 강점기 금강산으로 가는 열차 이야기였다.
'금강산선'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 열차였다.
그 이야기를 후배는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한권의 만화로 그린 것이다.
작가의 말에는 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와 정용연 작가의 "정가네소사"를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썼다.
나를 언급해주다니 선배로서 기분이 좋았다.
"금강산선"은 작품의 완성도도 높지만 소재가 너무
좋아 훔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흘려듣지않고 작품으로 완성한 후배가 대견하였다.
후배는 성남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솔직히 별 기대없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는데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스토리가 훌륭한 것은 물론 연출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 후배가 맞나 싶었다.
한마디로 일취월장이었다.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이지 무색해졌다.
만약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이토록 귀한 작가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 후배에게 며칠 전 전화가 왔다.
한 여자와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해 같이 살고있는데 가까운 이들을 모시고 식사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산행 중 활짝 웃고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아내되는 이는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정말이지 장가를 잘갔구나 싶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말미에 후배의 이름을 밝힌다.
김용길.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금강상선"을 치면 김용길 작가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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