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계사 조신의 꿈
십여년만에 화계사를 찾았다.
북한산 자락에 있는 그 화계사다.
절을 찾은 까닭은 흥선대원군의 현판 글씨를 보기 위해서다.
예전엔 무심코 넘기던 현판이지만 그 사이 부쩍 관심이 생겨 직접 확인을 하고 싶었던 거다.
목적한 바대로 경내를 돌며 현판 글씨를 보았다.
대원군의 후원으로 중창한 절답게 대원군 글씨가 여럿 걸려 있다.
추사의 제자 위당 신헌의 글씨들도 걸려 있다.
과연 천하의 명필들이다.
한번 쯤 와서 볼만하다.
현판을 보는 사이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얘기를 나누며 경내를 돌고 있다.
그 사이로 한 여성이 눈에 띈다.
머리를 뒤로 묶었고 까만 스타킹의 종아리가 예쁘다.
젊은 처자가 중년 여성들 틈에 끼어 있는 거다.
옷차림도 단아하다.
얼굴이 궁금했으나 중년 여성들 사이에 섞여 볼 수 없었다.
귓볼과 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만 봤다.
경내에 걸려있는 현판 글씨를 돌아본 뒤 미륵상을 보러갔다.
매끈한게 조성한지 알돼 안돼 보인다.
마침 앞서 보았던 여인들이 미륵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찎고 있었다.
젊은 처자도 있었다.
그런데 한 여성이 내게 다가와 사진을 찎어달라고 한다.
단체 사진이다.
뒤돌아 서있던 젊은 처자도 포즈를 취한다.
이럴 수가...
젊지가 않았다.
중년 여성들과 같은 또래다.
다만 여느 여인들과 달리 얼굴이 갸름했다.
곱게 나이가 들었던 것이다 .
순간 말을 섞어보고 보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고 싶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며 돌아선다.
무리에 섞여 걸어가는 그녀.
뒤태가 예쁘다.
한마디로 단아하다.
청순가련, 육감적, 뇌쇄적, 건강미, 도발적...
여성의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단아함이다.
문득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조신의 꿈'이 떠올랐다.
조신은 승려의 몸으로 절에 불공을 드리러 온 한 처자와 눈이 맞아 파계하였다.
소원대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지만 삶이 여의치 않다.
온갖 풍파를 겪는다.
차라리 안만났으면 좋을 인연이었다.
삶에 대한 회한이 폭풍처럼 밀려옫다.
그 때 조신은 꿈에서 깨어난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감독은 배창호 배우는 안성기 정보석 황신혜다.
특히 황신혜는 당대를 대표하는 미녀로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여성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을 도맡는 것은 물론 수많은 CF를 찎었다.
조신의 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잠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나!
나는 현재 수행자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여자를 가까이 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여자가 없는 절대 고독의 삷...
흥선대원군 같은 야망도 없이 그렇게 혼자 살고 있다.
20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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