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전설 속의 선수였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실업야구가 한 참일 때 집에 티브이가 없어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친구들에게 전해듣곤 했는데 그는 아기장수 설화의 장수같은 이미지로 다가왔다.
한국 야구를 지켜 줄 수호신.
그가 있어 강하디 강한 미국을 물리치고 일본을 잠재울 수 있었다.
집에 티브이가 생기고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전설속의 인물은 티브이 화면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험상궂은 얼굴의 거인이 아닌 단정한 외모에 키도 그리 크지 않았다.
어쨌든 그가 속한 팀을 응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가 좋았다.
포수와 싸인을 주고받을 때 안경을 끌어올리는 손동작이 그리 좋았고 하늘 높이 발을 치켜든
투구동작이 그리 멋있을 수 없었다.
그가 삼성으로 이적돼 상대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할 땐 마치 땅이 꺼지는 듯 했다.
영웅의 몰락...
티브이 브라운관 앞에 있는 나는 그를 지켜줄 수 없었다.
은퇴 후 그는 티브이 쇼 프로그램에 종종 얼굴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세련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영웅의 자리에서 현실 속의 인물로 끌어내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가까운 지인 중 하나는 그런 그를 비아냥 거렸다.
운동선수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그러니까 지인은 지적이지 않다는 것을 티브이
화면 속에 비친 그를 보며 확인하는 듯 했다.
나는 상대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을 때처럼 지인의 왜곡된 시선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아니 나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인의 평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그를 티브이 화면속에 비친 모습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가 동료선수들에게 보인 헌신을 알아갈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더 나아가 그가 보인 사회의식은 운동선수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내게 영원한 전설이다.
감히 말하건데 그는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20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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